아픔이었고 원망이었던 그는 내게 이런 가사를 쓰게 해준 장본인이다. 오랜 시간 할 수 없었던 밀린 숙제 같은 마음의 골을 인도라는 곳이 열어준다.
여기에 내가 온 것이 아니라 인도가 날 살리기 위해 불렀다는 강한 느낌이 온 몸으로 퍼진다. -55p
신고 있는 슬리퍼를 벗어주니 신이 나서 활짝 웃는다. 내게 꼬옥 안기는 아이에게 따뜻함을 느끼는 건 오히려 나다. 처음 소녀를 보았을 때 저 웃음이 진심일까, 엽서를 팔기 위해 익숙해진 건 아닐까 생각했다. 철저히 어른의 마음이었다는 부끄러움이 날 고개 숙이게 한다. 그런 연유로 이제 내가 맨발이구나. 하하. -67p
세상에는 닳아 버릴 마음조차 없는 사람들이 있다. 번쩍이는 비싼 외제차와 으리으리한 집, 꽤난 그럴싸한 학벌도 있고 잘나가는 부모도 있는. 그러나 그들에게 마음의 잔고는 얼마 남아있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손톱만큼의 사랑도 그들 곁에 다가가 살며시 내밀 손도 없다. 그런 부류가 아니어서 마음이 가난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입안을 맴도는 이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진한 차지 한 잔으로 헹궈야겠다. -84p
세월이 유수와 같다느니,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느니, 그 말을 이제야 비로소 실감한다.
나는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10살짜리 아이였다가, 방학이면 한 꾸러미의 책을 방에 늘어놓고 읽던 15살의 꿈 많은 소녀로 지냈고, 난생처음 첫사랑에 허우적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하던 바보 같은 18살의 고등학생이었는데 말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면서 또 닮아 있다. -102p
만족이라 …… 나는 그 단어를 써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잘라내도 다시 자라나는 내 머리카락처럼 내 욕심은 잘라내도 또 자라나기만 하던데 ……. 16살 소녀의 입에서 '만족'이라는 말이 새어 나온다. -208~209p
길은 끝도 답도 보여주지 않지만 나는 걸어갈 것이다.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한다. 두 손 모으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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