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공부)하는 블로그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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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n(분) 9호(2014년 5~6월호)

책 이야기 | 2015. 6. 30. 08:46 | Posted by 깨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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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소설과 영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많이 물어보시는데 소설과 영화는 각기 독립된 작품입니다. 그리고 소설이 영화를, 반대로 영화가 소설을 비판하곤 하지요. 다나카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더니 이렇게 되었다, 가 아니라 다나카의 소설은 사실 이런 작품이라는 비판이 이 영화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오야마 신지의 영화 <도모구이>는 이런 작품이다, 라는 것이 제 소설이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8~10p(‘다나카 산야에게 묻다’ 중에서)


(중략) 흔히들 우리나라와 일본 규슈 사이를 흐르는 바다를 현해탄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대한해협, 일본의 입장에서는 쓰시마 해협이라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고대부터 이 바닷길은 일본과 한반도(대륙)를 잇는 중요한 통로였다. 일본어로 ‘검은 바다’를 뜻하는 현해탄(겐카이나다)은 대한해협의 일부로 대마도와 규슈 사이를 흐르는 해역을 일컫는 명칭이다. -62p(‘큐슈올레 탐방 4’ 중에서)





다만 ‘오타쿠’가 일본에서 태어난 용어이고 일반적으로 일본의 만화, 아니메, 게임을 애호하는 사람을 가리키기는 하지만 실제 오타쿠의 실천은 더는 일본산 만화, 아니메, 게임에 머무르지 않는 현실과의 괴리에 대해 이 선언은 특별한 답을 해주지 않는다. 전후 일본이라는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탄생한 오타쿠가 지니는 역사성과 특수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한편, 현재 우리는 오타쿠라는 현상이 세계화한 결과, 더는 일본 작품에 대한 열광과 오타쿠적 실천이 반드시 대응하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세계화한 오타쿠는 더는 일본적 맥락의 오타쿠가 아니라는 모순에 대한 코미케의 대답은 무엇일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40년에 걸쳐 놀라운 유연성으로 현실 사회에 대처해온 코미케가 5년 뒤 코미케 스페셜 7회에서 보여줄 대답을 기약하며 참관기를 마치고자 한다. -150p(‘<오타쿠 서미트> 참관기’ 중에서)


세스페데스 신부의 기념비가 처한 상황을 보면, 마치 그의 삶도 후대의 입맛에 맞게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종군 신부’로서 전쟁에 부역을 한 자로 그리는 쪽이 있는가 하면, ‘한국에 천주교를 전한 첫 서양인 선교사’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쪽도 있다. 

(중략)

그 삶 앞에서, ‘종군 신부’라거나, 조선에서 조선인을 대상으로 선교한 것이 아니기에 한국천주교사에서 그리 의미가 없다거나, 혹은 우리를 아는 데 중요한 사료 제공자라고 평가하는 일은, 어쩌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또는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우리의 편협한 사고를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02p(‘한일의 경계를 산 사람들 세스페데스 신부를 기억하며’ 중에서)




BOON (2014년 5-6월호)

저자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지음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2015-05-22 출간
카테고리
잡지
책소개
『BOON』은 일본문화콘텐츠 전문잡지이다. 일본의 문화콘텐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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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 매장 역시 벽에 시계라고는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았다. 혹시라도 꾀 많은 고객들이 잔머리를 굴릴 것을 미리 대비해서 판매용 벽시계조차 배터리가 들어 있지 않은 걸 보아 카지노에서 쓰는 수법을 베껴 쓰는 모양이었다. 파텔에겐 벽시계가 있든 없든 더 이상의 지출을 한다는 건 형편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35p


  어째서 누구는 모든 게 풍성한 곳에서 태어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걸까? 모든 걸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건 왜일까? 누구는 사람답게 사는데, 누구는 그저 입 다물고 죽을 권리밖에 가지지 못한 걸까? 왜 불행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늘 같은 사람들이어야 할까? -82p


  "당신은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 스스로 나서 원하는 걸 쟁취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군요. 그건 바로 내 인생을 이끌어온 원칙이기도 합니다.“ -85p


  “네트투브(신의 뜻대로).” -114p


(중략) 그는 벌써 프랑스, 영국, 스페인 땅을 차례로 밟았다. 오늘 저녁엔 또 다른 곳에 내리게 될 것이었다. 부처님이 그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시려는 모양이었다. 혹시 평생 밀입국자로 지내게 하실 작정인가?하는 생각도 했다.

  ‘이번엔 또 어디로 가는 거지.’  파텔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134p


  사실 우리네 인생이란 원래 그렇다. 침대를 사러 왔다고 해서 침대만 구입하고는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떠나온 곳으로 곧장 돌아가게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최선을 다해 계획은 세우지만,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애써 세운 계획은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낯설기만 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지 않는가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엎치락뒤치락의 반복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279p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저자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5-06-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인도 고행자 파텔은 수행 필요한 이케아 침대를 사기 위해 무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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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2

책 이야기 | 2015. 6. 25. 17:44 | Posted by 깨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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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생활에 ‘활용하기 위한 일곱가지 발상

1. 자기결정성 발상 - 당신을 만든 덧은 당신이며, 당신을 바꿀 수 있는 것 또한 당신이다.

2. 건설적 발상 - 어떻게 해야 건설적이 되고, 어떻게 하지 않으면 비건설적인/파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가?

3. 목적 발상 - 인간의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

4. 사용의 심리학 발상 - 인간은 무엇을 가지고 태어나느냐보다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5. 연대감과 유대감 발상 - 더욱 깊고 확실한 연대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한다.

6. 상호 존경과 신뢰의 발상 - 상호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풍요로운 대인관계를 형성한다.

7. 용기 부여의 발상 - 어떻게 해야 자신이나 타인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까? -29p


아들러의 이론에 따르면, 생활양식은 크게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욕심쟁이 유형(The getter) : ‘남의 것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권리주장형

2. 어린아이 유형(The baby) : 타인의 안색을 살피며, 사랑받으려고 하는 의존형

3. 인간기관차 유형(The driver) : 타인에게 맡기지 못하고, 맹렬한 기세로 덤비는 돌진형

4. 자기억제 유형(The controller) : 감정을 겉으로 거의 드러내지 않는 완벽주의자형

5. 흥미탐구 유형(The excitement seeker) : 관심이 생기면 곧바로 달려들지만, 결국에는 용두사미가 되기 쉬운 흥미위주형

6. 안락추구 유형(The armchair)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주위에서 알아차리기 힘든 안락추구형  -78~79p


자멸적 행동을 막는 세 가지 지혜

1. 잠시 멈추어 생각하는 것

2. 자신과 상대방에게 건설적인(괜찮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

3. ‘행복한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즐기는 것 -173~174p


마음에 먹구름이 낀 날이 찾아와도 극복할 수 있는 지혜

1. 좋은 멘토를 가져라

2. 진정한 낙관주의를 선택하라

3.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가져라 -228p




아들러 심리학. 2(실천편)

저자
이와이 도시노리, 호시이 히로후미 지음
출판사
까치 | 2015-05-1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싫어하는 부분까지 포함한 진정한 ‘나’를 완벽하게 파악하여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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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은 아들러 심리학 1

책 이야기 | 2015. 6. 25. 17:18 | Posted by 깨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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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진다. -23p


그런 아들러가 기틀을 세우고, 그의 후계자들이 꾸준히 발전시켜온 학문이 바로 아들러 심리학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이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다. …… 인간은 환경이나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희생자가 아니며, 스스로 운명을 창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자기결정성)

(2) 인간의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 …… 과거의 원인이 아닌 미래의 목표를 바라보는 인간의 행동에는 자신만의 의사(意思)가 담긴 목적이 존재한다.(목적론)

(3) 인간은 몸도 마음도 오직 하나이다. …… 인간의 마음속에는 모순과 대립이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 개개인은 모두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불가분적인 존재이다.(전체론)

(4) 누구나 자신만의 안경을 통해서 사물을 관찰한다. …… 인간은 자신만의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사물을 파악한다.(인지론)

(5) 모든 행동에는 상대역이 존재한다. …… 인간의 모든 행동은 상대역이 존재하는 대인관계에 포함된다.(대인관계론)  -23~24p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인생에서 만나게 될 다양한 대인관계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활력을 선사하는 ‘동기 부여’를 주요 기법으로 한다.

(중략)

또한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공동체 감각(共同體 感覺)’을 중요한 가치관으로 생각하고, 공동체 감각의 향상을 목표로 교육과 상담을 진행한다. 공동체 감각이란 가족, 지역, 직장 등의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소속감이나 공감, 신뢰감, 공헌감을 총칭한 말로, 정신적인 건강의 척도이기도 하다. 단 ‘공동체 감각’이라는 표현이 낯설 수 있어서 나는 동료와의 ‘연대감과 유대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아들러 심리학의 내용을 이해하고 ‘연대감과 유대감’을 뜻하는 ‘공동체 감각’을 익혀서 자신과 타인에게 ‘용기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면, 비로소 아들러 심리학을 배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4p


아들러가 프로이트와 결별한 이후 ‘개인심리학’이라고 명명한 이 심리학 이론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중략)

이러한 아들러의 영향력 때문에 그를 ‘용기와 희망의 사도’나 ‘시대를 (100년) 앞서간 심리학자’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36p


(중략) 아들러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생활양식이라는 개념은 생활이나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적인 스타일에 가깝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성격’이라는 단어가 있는데도 아들러가 굳이 생활양식이라는 표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62p


(중략) 하지만 그가 죽은 뒤에도 아들러 심리학은 꾸준히 발전했고, 훗날 생활양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렸다.

‘생활양식이란, 자신과 세계의 현상(現狀)과 이상(理想)에 대한 신념의 체계이다.’ -63p


현대 아들러 심리학에서 생활양식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자기개념 : 자신의 현상에 대한 신념 ‘나는 ○○이다.’

(2) 세계상 : 세계의 현상에 대한 신념 ‘세계(인생, 사람들, 남성/여성, 동료 등)는 ○○이다.’

(3) 자기이상 : 자신과 세계의 이상에 대한 신념 ‘나는 ○○이어야 한다.’ -64p


인생의 과제(life task)란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과제를 뜻한다. (중략)

아들러는 이러한 인생의 과제를 일과 우정 그리고 사랑으로 분류했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업무 과제 …… 역할, 의무, 책임이 요구되는 생산활동에 대한 노력

(2) 교우 과제 ……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3) 애정 과제 …… 부부를 중심으로, 부모자녀를 포함한 가족관계 -67~68p


용기를 꺾는 행위는 고난을 극복하는 활력을 빼앗는 것이다. 용기를 꺾는 행동 중에서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을 살펴보자.

(1) 지나치게 높은 목표의 설정

(2) 달성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지적

(3) 인격의 부정 -70~71p


대표적인 ‘기본적 오류’로는 단정(斷定), 과장(誇張), 간과(看過), 지나친 일반화, 그릇된 가치관 등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위기에 빠지면 이러한 오류에 쉽게 지배당하게 된다. -75p


그와 동시에 ‘기본적 오류’에서 벗어나서 공통감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1) 증거수집, (2) 순간 포착, (3) 유익한(건설적) 발상이 필요하다. -77p


평소에 겁이 많은 사람도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발휘할 수 있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은 어떻게 용기를 발휘할까? 그 핵심은 바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이다.

(1) 존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삼는 것

(2) 퍼스낼리티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3)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것

(4) 가끔은 다른 사람과 직면화(直面化)하는 것 -124~125p


이처럼 사람은 어떤 사건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이나 인지의 방법을 통해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이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론의 핵심이다. -148~149p


'공감이란, 상대방의 관심사, 사고방식, 감정, 주어진 상황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153p


좋은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네 가지 가이드라인 - 존경, 신뢰, 협력, 공감 -190~191p


자신에게 용기를 부여하는 세 가지 열쇠는 (중략) (1) 소속감, (2) 신뢰감, (3) 공헌감이다. -212p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다섯 가지 (중략) 방법이란 다음과 같다.

(1) 장점을 언급한다.

(2) 가점주의로 접근한다.

(3) 과정을 중시한다.

(4) 실패를 받아들인다.

(5)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217p




아들러 심리학. 1

저자
이와이 도시노리, 호시이 히로후미 지음
출판사
까치 | 2015-05-1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자기계발의 아버지, 알프레드 아들러의 이론을 스토리를 통해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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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하면 보인다

책 이야기 | 2015. 6. 24. 18:00 | Posted by 깨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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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주 갓난아기일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입으로 거품을 만들더니 갑자기 ‘푸푸’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지나치듯 한마디 하셨다.

“아무래도 내일 비가 오려나 보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니 귀담아 듣긴 했지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푸푸’ 소리와 비가 도대체 무슨 관계람. 그런데 다음 날, 거짓말처럼 비가 왔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세 살 무렵까지 ‘푸푸 일기예보’는 이어졌고, 그때마다 기상청을 능가하는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18~19p


(중략) 자연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갓난아기일 때, 아이의 몸은 자연의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아닐까.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중에 퍼져 있는 물의 떨림과 본능적으로 공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19p


우리는 모두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연은 세상의 모든 존재와 소통할 수 있는 공명을 인간에게도 허락했다. 그 소통의 핵심은 경계를 허물라는 것이다. 자연도, 인간도, 나 자신도, 관찰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그저 하나가 되어 함께 공감하며 울리라는 것이다. -24~25p


1990년대 초, 러시아의 한 과학자가 독특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블라디미르 포포닌 박사의 이른바 ‘유령 DNA’ 실험이다. 그는 진공상태에서 빛의 패턴을 측정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중략)

앞서 있었던 샘플의 자취가 마치 유령처럼 그곳에 남아 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포포닌 박사는 이런 현상에 ‘유령 DNA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DNA가 사라져도 그 잔영이 한동안 유령처럼 그 공간을 맴돈다는 것이다.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실험이다. -48p


“이 기계는 사람들이 각자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간단한 장치로 세계 각국의 뉴스와 특별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원거리 전화와 원거리 영상으로 마치 얼굴과 얼굴을 맞댄 것과 다름없이 교신할 것이며 사람들은 윗옷 호주머니에 그 TV 전화기를 넣고 다닐 것이다.”

이것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된 스마트폰을 묘사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멘트가 나온 시기다. 1904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천재 과학자’로 불렸던 니콜라 테슬라는 마치 옆에서 본 것처럼 스마트폰의 출현을 예고했다. -88p


융은 유능한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정신의학계의 대가였다. 동시에 놀라운 직관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92p


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인공의 음식들은 그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정체불명의 성분으로 몸의 신호를 교란시키기도 한다. 몸과 음식이 어울리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의 선택은 ‘포기’하는 것이다. 일일이 반응할 기력도 없으니 침묵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내 몸이 침묵하기 시작할 때 나는 세상과도 그리고 나 자신과도 소통할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린다. 우리가 훼손되고 무너져가는 자연의 모습을 모르고 살아가듯, 내 몸에 병이 생기고 아픔이 쌓여가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118p


수천 년간 내려온 동양의학은 여기에 ‘신선한’ 해답을 제시한다. 마음이 몸속의 장기들과 공명해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내 기쁨과 슬픔이 심장과 폐를 떨게 하고, 때로는 간과 신장이 분노와 공포라는 감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정말 신비로운 얘기다. 터질 듯한 행복이 심장을 움직이고, 지친 폐가 우울함을 만들기도 한다고? (중략)

심장은 우리의 행복한 마음을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폐는 우울한 마음을 담당한다. 간은 공격적이고 분노하는 마음을 만든다. 비장은 생각을 주관하고, 신장은 공포의 마음을 주관한다. -138p


수경신守庚申. 경신일에 잠을 자지 않는 수행을 지칭하는 말이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수경신은 도가에 뿌리를 둔 유서 깊은 수행법이었다. 고려시대에만 해도 수경신은 대중적인 ‘축제’였다. 기록에 의하면, 모여서 술도 마시고 놀면서 밤을 지새웠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148p


어릴 때부터 ‘노력하면 된다.’고 교육받은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내가 토끼인지 거북이인지, 사자인지 사슴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중략) 자신과의 속 깊은 대화 없이 남의 목표, 남의 꿈을 가져와 끊임없이 명령하고, 뜻대로 안 됐을 때는 게으르고 멍청하다고 스스로를 비하한다. -179p


사람이 하는 말과 글은 반드시 그것을 말하고 쓴 사람에게 가장 먼저 들리고 읽히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사랑의 에너지는 내 마음과 머리와 몸을 통해 누군가에게 전달된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너 따위는 살 가치가 없다고 죽으라고 저주하면, 그 저주의 에너지 역시 내 몸부터 울리기 시작한다. (중략) 알지 못할 뿐 어리석고도 무서운 자기학대와 다름이 없다. -207p


십대 시절에 사춘기가 있다면, 중년에는 가을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 사추기思秋期가 온다. 아름답지만 혼란스러운 봄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시절이 오면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열매를 맺으며 땅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227p


어쩌면 인간의 ‘죽음’이라는 것도 이와 같을지 모른다. 우리는 세상에 나오는 순간 우주의 탯줄과 연결된 또 다른 태아가 될 수도 있다. 우리를 감싸줄 엄마의 뱃속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되고, 우리를 숨 쉬게 하고 먹여줄 엄마의 양수와 양분은 세상을 가득 채운 공기와 물과 온갖 생물이 된다. 엄마의 뱃속에서 태아의 삶이 시작과 끝을 맺듯, 세상이라는 뱃속에서 우리의 삶은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그렇게 태아가 정해진 달수를 채우고 또 다른 세상에 나오듯 우리도 우리의 예정된 시간을 채우면 세상 밖의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삶의 문을 열고 나가게 될 것이다.

당신이 혼자라고 생각하는 죽음의 순간에, 우리의 부모가 그러했듯 당신의 또 다른 세상 역시 따뜻한 품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짊어졌던 삶의 숙제가 모두 끝났을 때, 죽음은 우주에서의 또 다른 삶이라는 선물을 우리에게 주는 것이다. -242~243p




직관하면 보인다

저자
신기율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5-05-27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직관이 뛰어난 사람만이 보는 것, 아는 것, 갖는 것…. 직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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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면 일본인들은 숫자나 히라가나도 가르치지 않은 채 가장 먼저 예절 교육과 함께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것이 그들 교육의 첫 시작이다. 처음에는 불만을 느꼈지만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구나!’라고 깨닫는 데는 불과 몇 달 걸리지 않았다. -32p

 

감정계좌EBA, The Emotional Bank Account란 우리의 감정도 은행에 현금을 입․출금하듯이 계좌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언급되었다. -52p

 

흑자 계정을 잘 관리하는 방법은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다. -53p

 

자녀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가. 그럼 “바로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 보라”고 나는 권한다. 여러 차례의 실험 결과, 신기하리만치 5분 내로 답이 온다. ‘꼴통 아빠’라고 찍힌 전화는 안 받아도 SNS에는 즉각 반응하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 대화의 툴이 바뀐 것이다. 변화에는 순응하는 게 피차 편하다. -57p

 

어떻게 하면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있을까? (중략)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자는 우선 아는 것이 많아야 하고,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하며, 남을 시킬 줄 알아야 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 사람과 일을 제대로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종합예술가라는 결론이다. -67p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고사성어의 원뜻과 달리 음만 차용하여 ‘리의 제는 장에 이 있다’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회자된다. 해결 방안 또한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현장 가는 것을 좋아한다. -69p

 

2014년 말부터 나주 혁신도시Innocity에 근무하고 있다. 지방 균형 발전을 목표로 전국에 10개의 혁신도시를 만들어 공공 기관 본사를 이전시킨 정책에 따른 것이지만, 혁신이란 용어의 일상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경영자라면 누구나 입만 벙긋하면 외치는 ‘혁신革新’의 원래 의미는 책을 많이 읽어 죽간竹簡을 묶은 가죽이 닳아서 새것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이런 본연의 의미를 알고나 하는 말인지… -74p

 

인생은 ‘B to D'인데 그 가운데 수많은 ’C‘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인생이 ’Birth탄생 to Death죽음‘인 것은 누구나 안다. 그 중간의 C인 창조creativity, 변화change, 도전challenge, 기회chance, 호기심curiosity, 능력capability, 경력career 등이 인생을 좌우하는 셈이다. 특히 중요한 것이 ’창조‘인데,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75~76p

 

그 많은 혁신이 구호나 말만이 아닌 독서백편讀書百遍 하듯 제대로 실천되었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난국’과는 거리가 먼 제대로 된 사회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말로만 실사구시를 주장할 뿐,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설익은 구호와 정책이 국가나 사회, 시대를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것을 자주 목도한다. -76p

 

(중략)

또한 이 교수님에 따르면 우리가 사람의 성미를 표현할 때 쓰는 ‘고약하다’라는 형용사의 어원이 사람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세종대왕 당시에 형조 참판과 대사헌을 지낸 고약해高若海, 1377~1443라는 신하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강단이 있었는지 눈을 부라려 세종을 쳐다보는 것은 차라리 귀여운 것이었고, 보란 듯이 회의 도중에 나가 버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81~82p

 

전봇대. 전기회사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전보가 별로 사용되지 않아 지금은 ‘전기대’나 ‘전주’로 부르는 게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전기가 전보보다 한 해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모두들 전봇대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회사 선배로부터 전해 듣고 아쉬워한 적이 있다. -141p

 

(중략)

3국의 외교 관계가 냉랭한 시점에 민간 차원에서 800자 선언이 나온 것에 대해, 한중일 문화에 정통한 이어령 전 장관님의 말씀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강물이 아무리 꽁꽁 얼어붙어도 얼음 아래 섭씨 4도에선 물이 흐르고 거기에 물고기가 산다. 정치와 경제가 아무리 얼어붙어도 문화는 그런 강물처럼 흐른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155p

 

우리가 최고의 덕목德目으로 추구했던 교육과 가치가 지나친 경쟁 위주의 싸구려 외래문화 베끼기와 숭상에서 비롯되었고, 그것도 우리의 의사가 아닌 제국주의 사조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면, 조속한 자주성 회복만이 곧 염치를 아는 인간성 회복으로 연결되리라 본다. -179p

 

취업포털 커리어가 발표한 2014년도 취업관련 키워드로 이공계와 인문계 간 양극화를 드러내는 ‘전화기 vs 문사철’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전화기’는 전기전자․화학․기계공학의 앞글자를 뽑아내어 만든 말이다. ‘문사철’ 역시 문학․역사․철학에서 한글자씩 사용한 축약어이다. ‘전화기’는 뜨고 ‘문사철’은 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보도한 기사의 요지였다. 삼성그룹과 혀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공채 인원의 80%를 이공계 전공자로 채용하는 등 ‘전화기’를 전공한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충분한 취업의 기회가 제공되었다. 심지어 삼성엔지니어링은 이공계 전공자만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등 전공간의 취업불균형이 심하였다. -190p

 

(중략)

일제도 프러시아의 제도를 그대로 수입한 후 당시 식민 통치하에 있던 우리나라에 이식했다. 이후 일제를 패망시킨 미국은 영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기반으로 한 자국의 공립학교 교육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했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학교교육이 리더의 양성이 아니라 직업군인과 공장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프러시아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210p

 

(중략) 참고로 뷔페는 불어로, 원래 그 음식은 바이킹 해적들이 먹던 방식이다. 음식을 따로 차리기 어려운 좁고 길쭉한 그들의 해적선 특성상 음식을 넣은 통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이 뷔페의 시작이니 바이킹으로 부르는 게 맞는 표현 같기다 하다. -253p

 

(중략) 그도 그럴 것이 과거 가장 큰 화투회사였던 닌텐도가 세계 게임 산업을 주도하고 있을 정도로 변신을 하였으니 말이다. -263p

 

중국은 4개의 7,000만이라는 숫자가 좌우한다. (중략)

첫 번째 7,000만은 중국공산당원 숫자이다. (중략)

두 번째는 화교 숫자이다. (중략)

세 번째는 부자들의 숫자이다. (중략)

마지막으로, 중국 야간 업소의 여자 종업원 숫자가 7,000만 이라고 한다. (중략) -287~290p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한중일이 사용하는 단어 표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알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우리에게는 책을 읽고 깨우친다는 의미의 ‘공부’가 중국어에서는 이소룡의 정무문이나 소림사 영화 등에서 익숙한 ‘쿵푸工夫’이다. 즉 육체적 단련에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우리의 공부에 해당하는 어휘는 ‘니엔수念書’이다. 잘은 모르지만, 글을 생각한다는 니엔수가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일본어 표현은 ‘뱅꾜勉强’이고, ‘공부하다’가 ‘뱅꾜스루ベんきょうする’이다. 근면과 강함이 함께 있어 왠지 강제성을 띠는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어에서 ‘미엔치앙勉强’이란 단어는 싫은 것을 강제한다는 의미이다. -295p





소담한 생각 밥상

저자
박규호 지음
출판사
매경출판 | 2015-05-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씨실과 날실로 엮은 일상의 경험이 책은 36년을 한국전력공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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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문명

책 이야기 | 2015. 6. 19. 18:19 | Posted by 깨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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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머니즘이란 말은 19세기 초엽에 공식화되었다. 샤머니즘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고등 종교의 모태라는 사실은 당시 학자들 사이에서 정론이나 다름없었다. 이를테면 러시아의 반자로프는 우랄 알타이, 시베리아 지역은 물론 만주 몽고 지역의 샤머니즘도 본질적으로 불교와 습합된 종교라고 말했다. 심지어 샤를 스테파노프 같은 학자는 석가모니도 샤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라 말의 학자 최치원이 “신라 고대의 영험한 종교(신교神敎)가 동력을 잃으면서 거기에서 불교나 도교 같은 종교가 나왔다”고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치원이 말한 영험한 종교란 다름 아닌 샤머니즘으로 그 말의 바닥에는 샤머니즘이 불교와 마찬가지로 고등 종교라는 사실이 깔려 있다. -5p


  한편, 샤머니즘은 일반의 예측과는 다르게 지동설을 믿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고도로 발달된 천문학으로 별과 우주의 흐름을 관측하여 그 지식으로 씨를 심는 일(농업) 등 세상을 다스렸다. 천문학의 중심에는 금성(Venus)이 있었다. 사실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조상은 금성을 새벽녘 하늘에 뜨는 영성靈星이라고 했으며 이 별을 관찰하면서 360여 가지 인생사를 다스린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조상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알지 못한다. -8p


(중략) 잘 알려져 있듯 금성의 여신인 비너스는 풍요와 가산의 상징이며, 구리의 여신으로도 통한다. 여기에서 구리란 곧 청동기 문명을 가리키며, 이는 곧 ‘샤머니즘’을 금성 문명으로 바꾸어 부를 수 있음을 말해준다. -8~9p


  샤먼들은 놋쇠 무구巫具를 사용한다. 창과 삼지창三枝槍과 언월도偃月刀는 샤먼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놋쇠 무구이다. 제를 드리는 제상에도 놋쇠 그릇이 놓인다. 이 놋쇠는 곧 청동기이며, 청동기는 샤머니즘을 상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6p


  청동기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놋쇠가 가진 특별한 성분에 주목해야 한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청동기에는 구리와 아연과 주석이 섞여 있다. 구리와 아연, 주석은 생명 친화적인 물질이다. 그 곳에는 유전자의 보존을 돕는 특별한 성분이 간직돼 있다. 도교에서도 신선들은 불로장생약에 아연이나 주석을 섞었다고 한다. 최근에 분자생물학자 제러미 나비가 그의 저서 <우주뱀=DNA>에서 “샤머니즘 시대에 유전자(DNA) 조작 기술이 있었다”고 선언한 것은, 놋쇠가 생명의 비밀과 관련 있다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17p


  기독교 문명사는 샤머니즘과 갈등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톤 시대 때만 해도 금성이데올로기는 이데아Idea론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가 죽자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는 스승을 배신하면서 천문학의 담론 속에서 금성이데올로기를 제거해나갔다. (중략) 태양이 1년에 한 번씩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을 주창한 것이다. 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기독교는 하늘의 모든 별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성경><창세기>의 기록을 교리로 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중략) 그러니까 기독교초기에 험악했던 마녀재판의 역사는 인류문명에 대한 테러이즘이 아닐 수 없다. -18~19p


  우리 무가에서 비너스는 만명신萬明神으로 불린다. 만명의 만은 만으로도 쓰며 그 뜻은 ‘우주의 중식축에서 회오리친다’이다. 또 명明은 ‘해(일)와 달(월)이 공간에 동시에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여기에 금성이 합류하면 금성이데올로기 력의 근거가 된다. 이는 금성이 매년 춘분점과 추분점 때 지구와 교차하면서 나타나는 천문학적인 드라마이다. 이 금성을 그리스 시대에는 아프로디테Aphrodite, 이집트에서는 이시스Isis, 바빌로니아 시대에는 이슈타르라고 불렀다. 우리의 옛 문헌 <고기古記>에는 이 금성을 “새벽하늘에 뜨는 영성靈星”이라고 했다. 19~20p


(중략) 무당들의 놋쇠 거울에 팔괘가 새겨져 있는 것은 팔괘가 용의 껍질(기호記號)이고 동시에 자전, 공전하는 지구의 일년력一年曆임을 말해준다. -21p


  샤먼의 놋쇠 거울 속에 소머리를 가진 용이 있다고 했다. 비너스와 놋쇠 거울의 관계를 감안하면 비너스가 잡은 수소 뿔이 곧 용의 뿔이라고 해도 비약은 아닐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용은 모두 세 개의 뿔을 가졌는데 가운데 뿔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용에 관한 우리 전설에도 용은 뿔이 세 개이지만 가운데 뿔은 보이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 보이지 않는 뿔을 ‘중뿔(중각中角)’이라고 한다. 그리스신화가 전하는 일각수一角獸도 헤라클레서가 용의 중뿔을 뽑고 비너스 여신을 지키며 천하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의 주제이다. -21p


  기원전 8세기경 페니키아의 왕자 카드모스는 용의 이빨을 뽑고 22자의 알파벳을 만들어 그리스에 바쳤다. 주목할 것은 22자의 알파벳 첫 글자가 소머리를 그린 그림문자 A라는 사실이다. 22자가 한 세트인 알파벳은 이미 수메르 문명 시대에 사용되었는데 언제나 첫 글자는 소머리 A였다. -25p


  중국에는 “황제黃帝가 소를 굴복시키고 말을 탔다”는 복우승마服牛乘馬의 전설이 있다. 영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관한 비유인데, 이 이야기는 다시 스페인의 투우와 연결된다. 사나운 수소를 단검으로 무찌른 뒤 말을 타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에게 손을 들어 보이는 영웅의 이미지. 스페인의 투우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고대 미트라Mithra 신앙에서 연유한 의식이다. 소가 천문 이치의 비유임을 감안하면 소를 굴복시켰다는 것은 천문 이치를 깨달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투우나 황제의 복우승마가 카드모스의 영웅 신화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26p


  중국 신화에서 신농神農이 소머리를 가진 황제로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이런 우두인신牛頭人神은 이집트, 아시리아, 페르시아에 이르는 여러 곳에서 숭상되었다. 이렇듯 수소상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유는 황소자리와 금성이 만나는 것과 관계 깊다. -31p


  삼대三臺는 삼각형의 세 자리를 말하는데, 금성이 북두칠성과 만나는 자리를 ‘태일太一’, 달과 만나는 때를 ‘태백太伯’, 태양을 만나는 때를 ‘태을太乙’이라고 한다. 이들이 모여 하나의 삼각형을 이루는 것이다. 육성六聖은 수소자리 안에 숨어 있는 묘성昴星을 달리 일컫는 말로 묘성은 28수二十八宿의 하나인 별자리이다. 금성이 춘분점에 나타날 때 금성 뒤쪽에 보인다. 시베리아 샤먼은 이 묘성이 6개의 별로 무리를 이루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6이라는 숫자는 금성과 묘성이 공유하는 수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39p


  중국 산둥성의 화상석畫像石에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에 천제天帝가 앉아 있는 모습이 그러져 있다. 북두칠성과 관련해서는 여러 문화권에 걸쳐 대체로 북극에 특별한 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 화상석에는 북두칠성 주변에 금성과 묘성의 딸들을 구하기 위해 모여든 자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 딸들을 얻으면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시베리아 샤먼 전설에서는 북두칠성이 일곱 노인으로 묘사되는데, 이들은 처녀 약탈자로 등장한다. 그것은 북두칠성 주변에 묘성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금성이 묘성과 만나는 정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천제는 금성이나 묘성의 딸들을 약탈하기 때문에 원성의 대상이다. 몽골인은 묘성이 본래 일곱 개였으나 그중 하나를 북두칠성 노인들에게 빼앗겨 여섯 개가 되었다고 믿는다. 이들은 북두칠성을 처녀 도둑으로 여기며 이 노인들이 약탈을 감행할 즈음이 되면 별에 참배했다고 한다. 알타이의 타타르인은 “이 노인들이 훔쳐간 딸이 하나가 아니라 일곱이나 된다”고 믿는다. 북두칠성이 일곱 개 별로 이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리공주 무가의 칠공주 중 하나가 버림받는 대목도 북두칠성과 묘성의 이야기와 다름없다. 이런 전설들은 묘성이 하늘의 씨 주머니(항아리)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비롯했다. 당시 샤먼은 “하늘의 씨가 지상으로 내려와 여성의 자궁을 통해 영웅이나 천재로 태어난다”고 믿었다. 사마천은 이 씨를 “천정天精”이라 일컬으며 “하늘의 순수한 기, 사려 깊음, 총명함을 의미한다”고 기록했다. -40~41p


  조선시대 때 공예품에 천문도를 새긴 경우는 다소 희귀하다. 이 천문도는 금동에 북극권을 새겨놓았다. 우리 전통 천문학에서는 이를 자미원紫微垣“이라고 부른다. 자미원에는 북극성, 작은곰자리, 큰곰자리, 오리온자리, 시리우스 성단 등이 포함되며 지구는 이들 항성을 축으로 1년 365일 동안 태양을 한 바퀴 돈다. -42p


  부라트인의 전설에 따르면 십이지를 정할 때 샤먼들이 낙타와 쥐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12년의 첫해를 낙타로 하느냐, 쥐로 하느냐에 부족 사이에 중대한 이해관계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을 보지 못하고 두 짐승 중 제일 먼저 햇빛을 보는 자를 첫자리에 놓기로 했다. 목이 긴 탁타는 습관적으로 동쪽을 향해 앉으므로 낙타를 지지하는 진영은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다. 약삭빠른 쥐가 동 틀 때 재빨리 낙타 등에 올라가서 낙타와는 반대로 서쪽으로 향했다. 동녘이 틀 때 햇살은 동쪽보다 서쪽하늘을 먼저 물들인다는 것을 쥐는 알고 있었다. 햇살은 동쪽보다 서쪽하늘을 먼저 물들인다는 것을 쥐는 알고 있었다. 햇살이 각도를 가진다는 정황을 쥐는 알았던 것이다. 이는 십이지가 낙타가 있었던 지역에서 낙타가 없는 시베리아 지역으로 전해진 상황을 말해준다. -46~47p


  십자는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나타난다. 십자의 중요성은 그 네 가지가 지구 동쪽에서 서쪽 끝으로 옮겨가는 태양의 궤적으로 공간을 분할하는 데 있다. 지구의 축을 직립하고 있는 인간의 몸 또는 성목聖木 모양으로 표현된다. 그리스의 정십자正十字, Greek cross는 청동기 시대에 나타나며 그리스 화폐에서는 태양신 아폴로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잉카와 아즈텍 문명에서는 사계절과 네 방위를 의미하고 멕시코에서는 우주목, 생명의 나무를 상징한다. 북미인디언은 이 십자를 ‘사방四方의 별’ ‘사방의 바람’이라고 한다. 사방의 바람은 4계절을 말하는 것으로 이 역시 금성의 이미지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중심축이 긴 십자가 또 다른 의미의 상징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략) 스트로크형 십자는 지구가 하지점에 이르렀을 때 태양과 가깝고 동지점에 있을 때 가장 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비례가 그리스인들이 신성비례라고 부르는 3:2 비례이다. 우리가 솟대(소도蘇塗)라고 부르는 나무기둥을 세우고 하늘에 제사를 올렸던 것도 십자 개념이며 제사의 의미, 신성비례임을 알 수 있다. -68p


(중략) 한자에서 사람을 가리키는 글자 ‘人(인)’이 사실상 X 또는 十과 같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人은 금성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69p


  엘리아데에 따르면 삼수는 샤먼에게 성수이다. 우리 무속에서는 삼신三神이며 이 삼신이 만명신萬明神이다. 만은 회오리(회)이고 명은 해와 달을 합친 글자로 금성이 중성이거나 양성임을 말해준다. 삼신 개념이 4차원의 우주관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74~75p


  두 개의 뿔을 각도를 의미하는 기역자로 볼 수 있다. 기역(ㄱ)자는 그리스문자에서 감마(Γ)로 나타나는데 단지 기역자와 방향이 반대이다. 한국에 전하는 샤먼 경전인 <삼일신고三一神誥>에는 “태백산太白山 암벽에 신선이 전하는 기역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하고 이는 “신이 인간을 교육하고 이화理化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태백산의 ‘태백’은 금성이며 여기서 기역자는 각도를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각도는 금성을 상징하는 비너스 상의 포즈는 물론 실제로 비너스가 활과 화살을 지참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116p


  우리 <무가 열두거리>에서는 이를 “아린만명”과 “스린만명”이라고 한다. 만명은 앞장에서 금성이라고 했다. ‘아린’은 춘분점에 나타나는 새벽하늘의 금성이고 ‘스린’은 추분점에 저녁하늘에 나타나는 금성을 가리킨다. 금성의 궤도가 6개월에 걸쳐 춘추분점에서 지구와 만난다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이 현상을 무당은 “아리아리 동동” “스리스리 동동”이라고 노래한다. ‘아린’는 ‘아린’의 변음이며 ‘스리’는 ‘스린’의 변음이다. 이 말의 뜻은 팔괘의 팔수와 연관되어 있다. ‘아리아리’가 빨간색이고 ‘스리스리’가 청색이다. 괘의 부호로 적으면 ‘아리아리’는 빨간 뱀띠로 봄여름의 괘가 되고 ‘스리스리’는 청색 뱀띠로 가을겨울의 괘가 되어 각기 네 자리가 된다. ‘동동’은 ‘돈다’ ‘움직이다’의 뜻이다. 불교에서는 이 네 자리 수를 “공공동동空空洞洞-kungkung tungtu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우주의 실체자성實體自性“을 말하는 것으로 ”사유하지 못하는 공空“으로 본다. 샤먼의 부호로는 X十이다.

용이 ‘아리아리 동동’ 하며 춘분점에서 금성을 만나게 되고 ‘스리스리 동동’ 하면서 추분점의 X十축에서 다시 금성과 교차한다. 그렇게 되면 샤먼은 “아리랑 꽃노래를 불러나 보세”라고 말한다. 아리랑은 샤먼제국 시대의 영웅(원인原人)이고 꽃노래는 X十축에서 일어나는 회오리의 비의秘意를 의미한다. (중략) -163p




샤먼문명

저자
박용숙 지음
출판사
소동 | 2015-04-24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샤먼제국]에 이어 고대사와 샤머니즘에 관한 기존 학설을 뒤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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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대한민국 - 삼인

책 이야기 | 2015. 6. 17. 13:59 | Posted by 깨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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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 책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요?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저자
김희수, 서보학 지음
출판사
삼인 | 2011-02-2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대한민국의 검은 조직, 검찰을 말한다2010년, 우리 사회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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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26 직후부터 1993년 2월까지 실질적으로 집권했던 신군부의 핵심이 사법 처리를 당했고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땡전 뉴스'를 틀어대며 정권에 아부했던 방송과 신문은 한마디 반성도 없이 군사 반란의 실체를 드러내겠다고 설쳤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자발적인 변화는 없었다.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된 직후 한 검사는 기자에게 자조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문다." -1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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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은 국제사회에서 2011년 GNP[국민총생산]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31위일 때 124위였다. 국민 1인당 생산량으로만 볼 때는 최빈국이었다. 그러나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NEF[신경제재단]에서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143개국 가운데 부탄은 1위, 우리나라는 68위를 했다. 부탄 국민은 97퍼센트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니 부럽기만 하다. -20p


부탄은 배낭족 입국을 불허하고 여행객은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해야 하며 관광객의 숫자도 매년 몇 천 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부탄의 문화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관광객 유치에 목숨을 건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23p


부탄은 헌법에 '삼림 면적은 영구히 국토의 60퍼센트를 밑돌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산림을 강제한 규정인데, 부탄은 숲의 부가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숲에서 발원하는 물이 사시사철 풍부하여 겨울에도 강물이 고갈되지 않거니와 수력발전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로 수출하는 전기가 전체 수출의 45퍼센트나 된다고 하니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숲을 파괴하기 때문에 거대한 댐 건설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산악 지형에 맞게 작은 수력발전소를 많이 건설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전통적으로 자연의 생명 가치를 사람 목숨 못지않게 소중히 여겨온 관습 덕분에 숲이 유지되어 다양한 동식물의 낙원이 됐다고도 한다. -28~29p


부탄은 교육비와 병원비가 무료이다. 의사는 공무원으로서 월급만으로 생활이 되니 쓸데없는 돈벌이에 관심이 없다. 교육비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도 국가가 책임진다. 일상적으로 복지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국회의원들끼리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하여 정쟁을 하는 일이 없다. 모든 국민에게 주어지는 복지가 자연스러운 것이다. -37p


젊은 무희가 순례를 와 보리수 그늘 아래서 춤을 추고 있다. 그녀는 가진 것이 별로 없으므로 자신이 푸나카종 사원에 바칠 선물은 오직 춤뿐이란다. 그녀의 춤에 보리수 이파리들이 응답하듯 지그시 내려다본다. 묵묵한 보리수의 자태가 좌선삼매에 든 부처님 같다. 춤추는 그녀는 어느새 사라지고 오로지 춤만 보이는 것 같다. 그녀에게 춤은 '하늘궁전'에 바치는 마음이자 기도인 셈이다. 61~65p


(중략) 어젯밤 몇 사람이 순례에 대한 감상을 말했는데, 다시 오고 싶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부탄을 오염시키고 가는 것 같다며 자책하더란다. 자본과 경쟁, 속도에 중독된 이들이 부탄의 '고요' 속에 며칠 동안 잠겨 있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탄 사람들의 행복은 별천지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살았던 행복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79p


"네팔 사람들은 모두 힌두교인입니다. 그러나 힌두교의 삶을 살면서도 석가모니 부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이 제 판단에 의하면 60퍼센트 정도 됩니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을 부디스트Buddhist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와 같은 종교 인구 분석은 네팔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85p


어쨌든 스투파에는 우주의 구성 요소인 지수화풍이 형상화되어 있고, 티베트 신자들은 스투파를 거대한 탑이라 하여 초르텐 쳄포Chorten Chempo라고 부르고 있다. 오체투지를 하거나 '옴[우주]마니[지혜]밧메[자비][마음]'을 외며 마니차를 돌리는 그들을 보니 '신심이 성지'라는 성철스님의 말씀이 가슴을 친다. -90~92p


내가 쿠마리 신전에 다시 온 까닭은 쿠마리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예전에 왔을 때 어린아이로 장사하고 있다는 잔인한 느낌이 들어 메모도 남기지 않았던 곳이다. 그러나 오늘 다시 온 것은 쿠마리가 불교와 힌두교의 갈등을 방지하는 네팔 사람들의 지혜롭고 독특한 문화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중략) 쿠마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처녀라는 말이다. -105p


발란카니의 옛 지명은 부르그네Purugunai다.  현지에서는 '에'를 우리와 달리 'ai'로 표기하기도 하기 때문에 '부르구네'라고 해보니 엄청난 암호 하나가 풀린다. 일연의 <삼국유사>를 보면 혁거세가 둥근 박을 깨고 나왔다고 해서 '박'이라는 성을 갖게 되었으며, 이름은 '혁거세赫居世' 또는 '불구내弗矩內'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굴구내'는 붉은 해라는 뜻이다. 이것을 한자식으로 옮겨 적은 것이 또 '혁거세'다. 그런데 남인도의 부르구네와 불구내가 같지 아니한가. 누가 불구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 두말할 것 없이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한 신라 6촌장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라 6총장들은 어떻게 남인도 타밀나두주의 부르구네를 알았을까, 혹시 6촌장들은 타밀인이 아니었을까, 부르구네는 그들의 고향이 아니었을까? -176~177p


그런데 신라 제3대 유리왕은 기원후 32년에 6촌을 6부로 정비하고 각 부에 성을 내림으로써 6촌의 촌장들은 각 성의 시조가 된다. 소벌도리는 최 씨, 알평은 경주 이 씨, 구례마는 손 씨, 지백호는 정 씨, 지타는 배 씨, 호진은 설 씨의 조상이 된 것이다. -178p


(중략) 또한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에서 "내가 바라는 세계는 집단적 적대감에서 해방된 세계, 투쟁이 아닌 협력에서 만인의 행복이 나올 수 있는 깨달음의 세계이며 그런 뜻에서 유일신 신앙의 기독교는 대립을 초래함으로써 인간의 정의와 평화를 해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들의 경고가 새삼 절절하게 다가온다. -221p


오대산 문수 신앙은 <화엄경>을 근거로 전개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화엄경> '보살주처품'에 "동북방의 보살 주처에 청량산이 있는 바 그곳에 문수사리보살이 있어 1만 권속을 거느리고 항상 설법을 하고 있다"고 나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수 신앙은 우리나라 오대산도 마찬가지다. -303p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발을 옮긴들 어찌 참다운 인생길을 알겠는가 - 350p





불국기행

저자
정찬주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15-05-1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발을 옮긴들 어찌 참다운 인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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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

책 이야기 | 2015. 6. 9. 15:11 | Posted by 깨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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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징은 'Lounge'에 진행형 접미사 'ing'를 더한 신조어다. 사람을 만나고 쉬는 라운지와 같은 공적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있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7~8p


사람들이 가지는 불만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 '또 다른 나'를 경험해볼 기회가 없는 것, 프라이버시가 부족한 것,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것. 이런 불만들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놀이'다. 놀이는 평소 하지 않는 것을 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모든 놀이가 다 그렇다. -42p


헨리 반 다이크Henny Van Dyke의 시에 잘 표현된 것처럼 시간은 기다리는 이들에겐 너무 느리고, 걱정하는 이들에겐 너무 빠르며, 슬퍼하는 이들에겐 너무 길고, 기뻐하는 이들에겐 너무 짧다. 그리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시간은 영원하다고도 말한다. 또한 누군가에게 시간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 가혹할 수도 있고 관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시간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다. -53~54p


건축은 영역과 통로라는 재료를 이용해 사람을 머무르게 하고 또 이동하게 하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76p


하나의 공간이 영역으로 성립되기 위해선 우선 경계가 필요하다. 경계는 다양하다. 벽처럼 단단한 물리적인 것에서 바닥에 그려진 패턴과 같은 상징적인 표시에 이르기까지. 경계는 아예 접근을 차단하거나 또는 접근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76p


서고의 좋은 점은 단지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곳에선 타인의 시선에서 한참 벗어나 있을 수 있다. 내 몸과 내 눈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타인의 시선을 떼어버리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또 공간적 여유가 없는 열람실에서 받는 갑갑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히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서고다. -116~117p


서고라는 공간이 또 매력적인 것은 거길 찾는 사람에게 공부를 한다는 훌륭한 명분을 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청춘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위안을 자신 또는 다른 가족들에게 주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그리고 말했듯이 서고에선 부담스러운 타인의 시선을 벗을 수 있다. 공간의 주인이 되는 만족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서고는 이 시대의 피곤한 젊은이를 위한 몇 안 되는 힐링 공간이다. -126p


동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개인의 섭생 의미가 크다. 전통적으로 특별한 연회가 아니고선 밥을 먹을 때 웃고 떠들거나 남과 대화하는 걸 지양해왔다. 이런 전통은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사회적 교류의 의미가 크다. 말없이 음식만 먹는 것이 더 이상하게 비쳐진다. 어찌 보면 밥상의 구조가 그것을 불가능하게 가로막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인들은 음식을 큰 그릇에 담아놓고 그걸 덜어서 먹는다. 그렇게 음식을 나누면서 자연그럽게 말을 섞게 되는 것이다. -164p


우리는 제1공간이라 불리는 집에서나 제2공간이라 불리는 직장에서 날마다 거의 같은 생활을 반복한다. 사람들은 제3의 공간을 찾아야 그런 지긋한 일상에서 탈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카페를 가거나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그리하자면 돈과 시간이 든다. 또 그 밖의 상황들이 새 공간으로의 외출을 가로막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제4의 공간을 찾는 것도 괜찮다. 제4의 공간이란 바로 사이버공간을 의미한다. -184p


현대인을 위한 여가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여가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좋은 일임에 분명하나 우리가 잘 활용하지 못하면 그것은 있으나 마나 한 그저 무용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일하는 것은 분명 아닌데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니요 노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235p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

저자
이상현 지음
출판사
프런티어 | 2015-05-2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쉼’을 잃어버린 나에게 필요한 공간의 역발상 어디서 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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