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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책 이야기 | 2015.05.23 00:17 | Posted by 깨비형




천연의 비타민과 합성비타민의 분자식이 같지만, 천연 비타민이 훨씬 흡수율이 높다. 천연 비타민은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다. 이 둘의 차이는 생명력의 차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둘은 삶의 기억이 다르다. 천연 식품과 인공 식품 역시 이와 같다. -30p


『본초문답』『동의보감』『본초강목』『중화본초』등의 책을 살펴보면 한의학이 약효를 찾아내는 과정을 알 수 있다. 형태, 색깔, 맛, 시간, 산지 등 8가지 관점에서 자연의 생태를 관찰하고 종합해서 일단 약효를 유추하고, 그 후 임상에서 검증하며 발전시켜 온 것이 한약이다. -42p


동식물은 모두 자신이 살아가는데 최적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형태를 보면 그 생물이 자신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유추할 수 있으며, 이 노력이 약효로 나타난다. -42~43p


리투아니아 출신의 자연요법 전문가 앤 위그모어 박사는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정제식품과 가공식품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부터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수술을 거부하고 자연요법을 시작했다. (중략) 위그모어의 밀 새싹 요법은 당뇨병, 고혈압, 비만, 위염, 위궤양, 췌장 및 간의 질환, 천식 녹내장, 습진, 피부질환, 변비, 치질, 대장염, 관절염, 빈혈, 구취, 여성 질환 등 수없이 많은 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55p


파닭은 최고의 음식궁합

최근 치킨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이 파닭이다. 치킨 위에 채 썬 대파를 올려서 함께 먹는 것이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튀긴 닭고기를 똟어주는 성질이 강한 대파와 함께 먹어 소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닭고기는 피부의 구명을 닫아 열나게 하고 피부병을 악화시키는데, 대파가 피부 구멍을 열어서 이런 부작용을 예방해주기도 한다. 파닭의 개발자가 대파의 이런 효능을 알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최고의 음식궁합인 것만은 사실이다. -74p


딤섬은 대나무통과 대나무 잎으로 싸서 찐 것이 많다. 동남아에서는 쌀을 바나나잎(론똥), 파초잎, 야자잎(크투팟)에 싸서 쪄 먹고, 우리나라에서는 연잎과 호박잎 등을 즐겨 먹는다.

넓은 잎은 위장관을 열어 소화를 돕고, 땀구멍을 열어 체온을 식혀 준다. 넓은 잎으로 밥을 찌면 이러한 약성이 밥에 스며든다. 열대 지방에서 딤섬, 론똥, 크투팟 같은 요리가 배발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100년 넘은 음식 문화는 반드시 그 지역과 사람에 적합하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반짝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음식과는 다르다. -77p


동의보감에 가장 많이 나오는 약재는 무얼까? 한의학을 좀 안다는 분이라면 아마 '감초'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다. 정답은 술이다. 약방의 감초라는 그 감초가 1,835번 나오는데 술은 3,526번 나온다. 동의보감은 술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술은 절대 악마가 아니다. 다만 너무 많이 마셔 문제가 되는 것이다. -87~88p


술이 취했을 때 술독은 치아에 머물러 있다. 천일염으로 이를 세게 문지른 다음 뜨거운 물로 치아를 여러 번 행궈주면 술이 깨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많이 취한 경우에는 밀실에서 뜨거운 물로 몇 차례 얼굴을 씻고 머리를 수십 차례 빗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95p


유황오리가 우리의 전래 음식이라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사실 유황오리는 1989년 인산 김일훈 선생이 『신약(神藥)』이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다. -121p


생 양파를 까다가 매워서 눈물 흘린 경험이 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양파를 된장찌개에 넣으면 그다지 맵지 않고 달아진다. 생무는 맵지만 고등어무조림에 든 무는 달달하니 정말 맛있다. 즉 매운 음식에 열을 가하면 매운맛이 달아나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보약을 먹을 때 매운 것들을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파 마늘, 무, 고추라고 하는 종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162p


『동의보감』에서는 계절에 따라 약과 음식을 쓰는데,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이 '승강부침즉순지, 한열온량즉역지(升降浮沈則順之, 寒熱溫凉則逆之)'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겠다.

앞의 구절은 '승강부침'에 순응하라는 것으로 사계절의 오르내리는 기운에 맞춰 먹으라는 뜻이다. 뒤의 구절은 '한열온량'에 거스르라는 의미로 더울 땐 찬 음식을 먹고, 추울 땐 따뜻한 음식을 먹으라는 의미다. 어려운 것처럼 보여도 절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한식은 정말이지 이 기준에 꼭 맞게 발전되어 왔다. -168~169p


예전에는 식후에 디저트로 숭늉을 마셨다. 밥을 살짝 태워 만든 누룽지는 바삭바삭하면서 고소한 냄새가 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약물의 효능을 방향화습(芳香化濕)이라고 한다. 즉 향기로 비위의 습을 말려서 소화가 잘 되게 한다는 말이다. 누룽지의 약한 쓴맛도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다. -237p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240p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저자
최철한 지음
출판사
라의눈 | 2015-02-05 출간
카테고리
건강
책소개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동의보감과 천기누설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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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텐 국가를 말하다

책 이야기 | 2015.05.21 02:00 | Posted by 깨비형




(중략) 진왕 영정은 자신의 성공을 "상고(上古) 이래로 일찍이 있었던 적이 없으며, 오제(五帝)도 미칠 수 없는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삼황’과 ‘오제’에서 각기 한 글자씩 취해 ‘황제(皇帝)라고 칭했다. 동시에 ’시호(諡號)‘를 폐지하고, 자칭 ’시황제(始皇帝)‘라고 하였다. -38~39p


진시황은 또한 황제가 임명하고 반포하는 것을 ‘제(制)’, 명령을 내려 시행하는 것을 ‘조(詔)’라고 불렀으며, 스스로는 ‘짐(朕)’이라고 칭했다. 짐은 원래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이전에는 누구라도 자신을 짐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그러나 황제가 스스로 짐이라고 칭한 이상 이후로는 그 누구도 이 호칭을 사용할 수 없었다. 황제는 ‘유아독존(唯我獨尊)’이지만 천하의 일반 백성들은 ‘신불유기(身不由己))’, 즉 자신의 몸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39p


무왕과 주공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생활하는 이 세계는 ‘상천(上天)’, 즉 하늘이 부여한 것이다. 그래서 ‘천하(天下)’라 부른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의 관리자는 하늘의 아들이기 때문에 ‘천자(天子)’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천하의 모든 토지는 당연히 천자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넓은 하늘 아래 왕의 영토가 아닌 곳이 없다(溥天之下, 莫非王土)”의 본뜻이다. 모든 토지가 이미 천자의 것이니, 그 토지에 살고 있는 백성들 역시 모두 그의 신하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일러 “바다에 이르는 땅의 끝까지 왕의 신하가 아닌 이가 없다(率土之濱, 莫非王臣)”라고 한다. 이리하여 주왕은 지고무상의 권력과 지위를 부여답고, 그 천하를 분봉한 것 역시 법도에 맞는 근거를 얻게 되었다. -64p


(중략) 진나라는 효공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략) 정치 개혁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영주제’를 폐지하고 ‘지주제’를 실시한다. 먼저 귀족 영주의 지위와 특권을 거두어들여 일반 백성 가운데 지주나 부자 정도로 강등시킨다. (중략)

둘째, ‘세습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를 실시한다. (중략)

셋째, ‘봉건제’를 폐지하고 ‘군현제’를 실시한다. (중략) -80~82p


제국은 권력 사회의 전형적인 형태이며, 황제는 제국의 핵심이다.

진 제국은 건국 초기 어전회의에서 다음 두 가지를 결정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는 제국의원수를 향후 ‘황제’로 칭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봉건제’를 폐지하고 ‘군현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93p


(중략) 한 왕조가 결국 전제로 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개국 초기에는 일정 기간 동안 절약과 관용을 베풀기 마련이다.

고명한 황제인 한 고조 유방은 두 가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하나는 명목이 번다했던 진대의 형률 대신 “살인은 사형, 상해와 도둑질은 그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한다”는 ‘약법삼장(約法三章)’을 시행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최대한도로 백성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불필요한 착취를 금지시켜 ‘백성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도록’ 만든 일이다. -107


(중략) 그렇다면 한 무제가 창조한 것은 없었을까? 있다. 예를 들어 ‘독존유술(獨尊儒術)’이 바로 그것이다.

『한서(漢書)』「동중서전(董仲舒傳)」에 따르면, “육예(六藝, 육경(六經)이라고도 함.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 악기(樂記), 역경(易經), 춘추(春秋)를 가리킨다)와 공자의 학설을 따르지 않는 것은 모두 끊어버리고 함께 나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원래 동중서(董仲舒)가 제출한 대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이른바 ‘백가를 내치고 유가 사상만을 존승하자(罷黜百家 獨尊儒術)’이다. -115p


(중략) 사실 사에게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근본은 수제치평(修齊治平)네 글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수는 수신(修身)이며, 제는 제가(齊家), 치는 치국(治國)이다. 그리고 평은 평천하(平天下)의 뜻이다. 첫 번째는 자신을 위한 것이과, 뒤에 나오는 세 가지는 각기ㅣ 대부, 제후, 그리고 천자를 위한 것인데, 사의 도움이 필오하다. 다시 말해 사는 우선 자신을 잘 관리하여 도덕적 수양을 닦고 문예와 무예를 익혀야 하는데, 이것이 수신이다. 그런 다음에 대부를 도와 채읍을 보살피니, 이것이 제가이다. 또한 제후를 도와 방국을 다스리는 것이 치국이며, 천자에게 협조하여 사해를 안정시키는 것이 평천하이다. -116p


(중략) 유학의 또 다른 장점은 간단하고 행하기 쉽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집을 나서면 부모에게 고하고, 되돌아오면 뵙고 인사를 올린다”라고 하니 대단히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는 지적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일반 서민들을 통치하는 데 이로울뿐더러 제국의 사상을 그들에게 파급시키는데도 크게 이롭다. 임금은 높이고 백성은 어리석게 만들며 조작하기도 쉬우니 어찌 관방의 이데올로기로 흠정(欽定, 황제가 손수 제도나 법률 따위를 제정하는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한 대부터 청대까지 중국의사상학술계는 거의 유가로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121p


제도 개혁은 명 태조 주원장부터 시작되었다. 그 역시 집권주의자이다. 그의 통치 수단은 다음 네 가지로 개괄된다. 첫째, 집권 제도를 강력하게 이행한다. 둘째, 군주제의 권위를 제고한다. 셋째, 문무 공신을 살육한다. 넷째, 지방 관리를 정돈한다(이상은 주곡성의 『중국통사』 참조). -140p


중국 고대의 법률은 ‘법(約法)’이라고 하기보다 ‘율(刑律)’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울린다. 그것의 주요 기능은 관민들이 죄를 범하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규정하며, 이외에 민사 소송에 대한 처리 방안을 제시할 뿐 공민의 권리나 의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당시에는 아예 ‘공민’이란 개념조차 없었으며, 단지 ‘신민’만 존재했을 따름이다. 신민은 신하로 복종하는 백성을 말한다. 신하로 복종하지 않는 사람(죄를 저지르거나 도둑을 포함하여)은 반드시 그 죄를 다스려야만 한다. 죄를 다스리자니 나름의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바로 ‘법’이다. 이렇게 볼 때 이러한 형률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법치’라고 하기보다 ‘율치(律治)’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164p


"큰 도가 사라지자인의가 생겨났고, 지혜가 나오자 큰 거짓이 생겨났다. 친척들이 화합하지 않으니 효자(孝慈)가 생겨나고, 국가가 혼란해지자 충신이 생겨났다.(『노자』 제18장)

이는 다시 말해 한 사회에서 열심히 도덕을 표방하고 고취시키고자 한다면 이미 그 사회는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확실히 부족에서 국가로 이르면서 고대 씨족사회의 순박한 도덕이 추락하게 되었다. 대신 ‘새롭고 문명적인 계급사회’의 장막이 드리우면서 ‘가장 비속한 이익-저속한 탐욕과 조악한 정욕, 비천한 물욕, 공공재산에 대한 약탈’이 서서히 드러났다.(『가족, 사적소유, 국가의 기원』) 이러한 추락은 심지어 순서에 따라 이루어진다. -171p


당나라 법률, 즉 당률(唐律)은 교화와 공권(公權), 등급과 윤리를 중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략)

윤리치국의 기본 원칙은 다음 네 마디로 개괄할 수 있다. 소인은 대인에게 복종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하고, 민간은 관방에게 복종하고, 전국은 황제에게 복종한다. 이는 제국이라는 집권 사회의 성질에 지극히 부합한다. 그러나 이러한 집권은 덕과 예이고 또 온정이라는 외피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일종의 ‘비전형적인 폭력’으로 변한다. 임금과 아비에 대해서 무조건 복종하는 것을 ‘경애’라고 일컫고, 신하나 자식에 대한 제한 없는 침범을 ‘자애’라고 말한다. 마치 전체 제국이 ‘사랑의 낙원’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통치자 자신은 속셈을 감추고 있다. (중략) -178p


(중략) 제국 이전 시대가 남긴 치국의 방법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유가가 주장한 ‘덕치’, 둘째 법가가 주장한 ‘법치’,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가가 주장한 ‘무위이치(無爲而治)’이다.

이 세가지 ‘이름과 전투 구호, 그리고 옷’은 제국 창립 초기에 이미 사용한 적이 있다. 진 제국은 두 번째 법가의 법치를 사용했고, 한나라 초기에는 세 번째 도가의‘무위이치’를 사용했다. 전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후자는 단지 임시변통의 계책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남았고, 유효할뿐더러 오랫동안 사용된 것은 ‘덕치’, 즉 ‘윤리치국’밖에 없다. ‘덕치’는 유가의 주장이자 유가만이 주장할 수 잇는 것이다. 따라서 윤리치국은 곧 유학치국(儒學治國)‘이니, 유가 사상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190p


(중략) 그렇기 때문에 권력 집중이 강화되는 시기에 부패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명청 양대의 부패는 진한, 당송보다 훨씬 심각했다. 명청대는 아예 부패가 하나의 풍조처럼 되었다. 이른바 ‘관장누규’라는 것도 이러한 풍조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는 권력 집중이 가장 심했으며, 황권이 가장 막강하고 전제가 강력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부패와 전제는 일란성 쌍둥이와 같다. -257p


(중략)

예를 들어 모든 이들이 받아 챙기는 ‘모선’이나 ‘누규’라면 가능했다. 권한의 범위 내에서, 즉 제국의 법률과 공인된 도덕에 명확하게 위배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자신과 타인을 위해 적당하게 이익을 취한다. 이것이 바로 대다수 관원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유가 경전을 수없이 읽었던 이들이니, 관원으로서 나름의 이상과 신념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상이나 신념이 밥을 먹여주지는 안는다. 지나치게 낮은 봉급만을 받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결국 그들 또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인가된 ‘비전형적인 부패’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어쩌면 ‘관장누규’라는 것도 바로 이러한 심리 상태에서 시작되어 발명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60p


(중략)

막대한 피해를 몰고 온 자연재해의 경우, 그 원인이 단순히 전재지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 때문에 재앙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예를 둘어 방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거나 구조 활동이 지체되고 지휘 계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그러하다. 원인을 상세하게 분석해보면, 관련 기관이 마비나 관리들의 어리석음, 책임 전가나 기만, 부정부패(홍수 방비를 위한 댐을 만드는데 부실시공을 한 경우)에 기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는 분명 인재이다. 이런 경우는 반드시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그러나 황제는 이에 대해 말하지 않고 신민들도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보기에도 당당한 ‘죄기’라는 미명하에 모든 이들(황제는 물론이고 탐관오리나 우매한 관원들까지 모두 포함하여)의 책임이 전부 깨끗하게 사리진다.

제국의 책임 회피는 거의 전방위적이다. 우선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책임을 맡겠다고 선포하고, 다른 한편으로 자신이 응당 져야 할 책임은 책임질 여력이 없는 이들에게 떠넘겨버린다. 이것이 바로 “천하의 흥망은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天下興亡, 匹夫有責)”는 논리이다. 이는 줄곧 ‘애국주의 정신’을 고양하는 논조로 여겨졌고, ‘천하를 자신의 소임으로 삼는다’는 사대부의 국사(國士)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이러한 정신이 민간에서 제창된다면 괜찮지만 관방에서 강요한다면 분면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백성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괜찮지만 제국이 이를 선전한다면 옳지 않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될 경우 책임의 주체가 전도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천하의 흥망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거나 “천하의 흥망은 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해야 옳다. 천하는 필부의 것이 아니라 황제의 것, 또는 황제가 대표하는 권력 집단의 것이기 때문이다. 황제가 스스로 정권을 차지하고 오히려 천하를 차지한 적이 없는 필부에게 제국의 흥망을 책이지게 하다니, 도대체 하늘 아래 이런 법이 어디 있는가? -324p


(중략) 정책을 결정할 때는 박자를 맞추지만 일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박자를 맞춘 사람도 책임을 지지 않고 다만 대리인에게 죄를 물을 뿐이다. 가장 전형적인 예가 바로 경자지변이다. 당시 선전포고한 이는 자희태후지만 죄를 받은 이는 다른 사람이었다. 또한 8국 연합군이 쳐들어오자 마땅히 책임져야 할 최고 통치자는 종적도 없이 도망쳐버렸다. 책임이라는 두 글자는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다.

서로 비교해보면 허군(虛君) 공화국이나 입헌군주제 국가의 원수나 왕실이 훨씬 책임감이 강하다. 2002년 봄,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후가 그토록 존경받았던 것은 그녀가 자신에게 책임과 의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중에 런던을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328~329p


(중략)

또한 헌정은 단지 헌법의 틀 안에서 정치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행정을 제한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를 제한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있는 유명한 ‘입법 불가’ 조항이 증명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방의회는 종교를 설립하거나 종교 활동의 자유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언런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 그리고 국민이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을 표현하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400~401p


(중략) 따라서 진정으로 일반 백성의 복지를 보장하는 나라라면 반드시 민주, 공화, 헌정을 갖추고 있어야만 하며, 동시에 자유와 법치, 인권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405p


마르크스는 「고타강령비판」이라는 문건에서 공산주의의 세 가지 조건을 제기한 바 있다. 첫째, 사회 재부의 원천이 충분히 분출되어야 한다. 둘째, 사람들이 더 이상 노예처럼 사회적 분업에 복종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노동이 생계 유지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생활의 첫 번째 요구여야만 한다.(『마르크스․엥겔스 선집』 제3권 12쪽). -415p


4장 관원대리의 ‘악랄하고 가증스러운 목민관’에서 소개하는 부분

명청대 관원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한 부분이었는데, 이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중국 관리들은 쥐꼬리만한 봉록으로 인해 생활에 지장이 많았다. 대신 일반 민초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권력을 가졌다. 그래서 관례적인 것을 묵인하는 풍토가 있었는데, 가장 흔한 방법은 모선(耗羨). 모선이란 조세로 들어오는 미곡과 은자를 정해진 양을 넘게 거두는 것을 말한다. 조세로 거둔 미곡을 운반하다보면 손실이 생기고, 은자를 녹여 원보(元寶)를 만들면 어느 정도 축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호부에서 징수하는 것은 반드시 정량이어야만 한다. 그래서 은자나 미곡을 약간 더 거두었는데, 이를 미모(米耗, 쌀), 화모(火耗, 은자)라고 했으며 이 둘을 통칭해서 모선이라고 했다.

어쩌면 이는 사리나 법으로 근거가 있으니 위법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애매모호한 계산방식에 있었다. 얼마가 모자라 얼마를 더 거두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더 걷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거둔 모선 중 상당부분은 상급기관에 효경(孝敬)이라는 명목으로 상납했다. 효경에 명목과 규칙을 붙인 것을 ‘관장누규(官場陋規)’라고 한다. 관가이 오래된 나쁜 관습으로 ‘규례(規禮)’라고도 불렀던 관장누규는 겨울 난방비(炭敬), 여름 냉방비(冰敬), 그리고 삼절(설, 단오, 중추절)과 양수(兩壽, 영도자와 그 부인의 생일)에 보내는 절례(節禮)와 수례(壽禮) 등과 같이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것도 있었고, 상급기관이 시찰 때 노잣돈으로 건내는 정의(程儀)나 상급기관에 부탁이나 타 부서로 발령나면 부서에 내는 별경(別敬) 등 비정기적으로 제공되는 것도 있었다.

이외에도 향리에서 현에 일처리를 맡길 때 내는 공사(公事), 명절이나 새해에 지방 상인이나 진신들이 바치는 일종의 축의금인 규례(規禮), 그리고 돈으로 징벌을 대신하는 벌속(罰贖) 등도 관례적으로 부패로 간주되지 않았고, 일종의 팁으로 찻값 명목인 다전(多錢)을 받은 것도 당연하게 여겼다.

실제로 모선, 누규, 효경을 받지 않은 관리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관례보다 적게 받는 것을 청관(淸官)이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더구나 적은 봉록을 지급한 황제가 묵인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부패로 간주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부패는 부패인지라 저자는 이를 ‘비전형적 부패’라 규정한다.




이중톈 국가를 말하다

저자
이중톈 지음
출판사
라의눈 | 2015-03-2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한국에도 마니아 독자를 가진 중국 학자 이중톈의 『이중톈 제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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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신화로 말하다.

책 이야기 | 2015.05.05 00:11 | Posted by 깨비형




서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야 하듯, 인도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힌두신화에 대해 피상적인 지식이라도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한다. -9p


문화의 다양성은 이미 알려진 대로 공식 언어만도 18개, 비공식 언어는 400여 개가 넘어서 수도 뉴델리의 표지판은 힌디어, 펀자브어, 우르드어, 영어 등 네 종류로 표기되어 있다. 인구는 12억 명으로 세계 2위, 나라의 면적은 세계 7위로 한반도의 15배에 해당하는 대국이다. 이처럼 거대한 대륙 인도가 소우주로 취급되고 있을 만큼 복잡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나라로 유지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힌두교라는 종교 아래 전승되어온 통일된 생활문화 때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도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지만 국민의 80퍼센트가 힌두교 신자다. 이슬람교, 자이나교, 시크교도 힌두교와 융합되어 완전히 별개의 종교라고 볼 수 없다. -18p


힌두교의 3대 신은 창조주 브라마(Brahma), 보존자 비슈누(Vishnu), 파괴자 시바(Shiva)이다. 먼저 창조주 브라마를 살펴보자. (중략) 자신이 창조한 딸 사라스와티를 아내로 맞이해서 윤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는 또 귀가 얇아 아무 소원이나 들어주고 저주를 내려 많은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창조주인 브라마보다도 지식의 신인 사라스와티에게 더 많은 기도를 올린다. -18~19p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로 더 많이 알려진 <아바타>의 모델이 바로 비슈누이다. 그는 지구가 악의 무리로부터 고통 받을 때마다 새로운 아바타로 변신해 세상을 구한다. 비슈누의 아바타 중에서 가장 사랑 받는 케릭터는 라마와 크리슈나로, 비슈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라마는 신들도 존경해 마지않는 가장 완벽한 인간의 표본으로 추앙받는다. 사악한 왕 라바나(Ravana)를 처단하고 돌아오는 라마를 맞이하기 위해 시작된 불꽃 축제 디왈리(Diwali)는 인도인의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의 설과 추석을 합친 것만큼 중요하다. -22p


마지막으로 파괴의 신 시바에 대해 살펴보자. 시바는 대단히 복잡한 신이다. 파괴의 신이라니. 대체 뭘 파괴한다는 거지?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는 속세를 없애버리려는 것은 아닐 테고... 바로 인간의 욕망과 악업, 무지를 파괴한다는 뜻이다. -23p


지금까지 힌두교 3대 신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들 외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두 명의 신은 바로 파르바티와 시바의 아들 가네슈와 라마의 충실한 신하 하누만이다. 가네슈는 사람의 몸에 코끼리의 얼굴을 가진 신으로, 인도 전역에서 힌두교 3대 신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는 신이 바로 이 가네슈일 것이다. 장애물을 막고 복을 준다고 해서 상인들은 아침에 문을 열기 전에 향을 피우고 가네슈와 락슈미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오늘 하루도 장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최첨단을 창조해내는 IT기업일지라도 회사를 창립하면서 지내는 제사에 가네슈 신을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27p


비슈누의 역할은 창조와 파괴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모든 생명들이 그 이치에 맞게 살아가도록 돌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세계 평화이다. 어쩌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신인지도 모르겠다. 평상시에는 세상 이곳저곳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살피다가 악의 무리가 창궐하면 그 무리를 평정하기 위해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난다. 그 새로운 모습을 우리는 아바타(Avata)라 부른다. (중략)

지금까지 비슈누는 아홉 번 화신으로 변했다. 그 첫 번째는 물고기 마츠야(Matsya)이다. 대홍수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거대한 물고기, 마츠야로 변한 비슈누는 인간에게 커다란 배를 만들어 온갖 종류의 동물과 씨앗을 태우라고 한 뒤 그 배를 안전하게 끌고 갔다고 한다. (중략)

그리고 아홉 번째 아바타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부처님, 붓다(Buddha)이다. 지금까지 비슈누의 아바타와 비교해 불 때 그리 큰 신빙성은 있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붓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마지막 열 번째는 아직 오지 않은 칼키(Kalki)이다. -50~53p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의 모든 기본 사상은 '불살생(不殺生)이다. 그래서인지 인도에는 도시에도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활개치고 다닌다. (중략) -78p


힌두교에서는 자연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지만 특히 신성하게 여기는 나무가 있다. 그중에 제일은 보리수와 반얀나무다. 부처님의 나무로 알려진 보리수나무는 힌두교 트리니티 중 한 명인 보존의 신 비슈누의 나무다. 비슈누의 9번째 화신이 부처라는 점을 근거로 보면 그 연관성이 매우 크다. 우리에게 힌두교는 이슬람보다 더 낯설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왜냐하면 우리의 역사 속에 뿌리내린 불교가 힌두교에서 왔기 때문이다. 힌두교를 알면 알수록 불교와 비슷한 점이 많아 무엇이 먼저이고 나중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힌두교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카스트제도에 대한 반감으로 불교가 태어났다는 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불교의 베이스는 힌두교이다. -146p


현재 가장 큰 반얀나무는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 주에 있는 수령 700년 된 나무로 자그마치 그 넓이가 2헥타르가 넘는다고 한다. 2헥타르면 사방 200미터다. 그 나무 그늘 아래서 2만 명이 쉴 수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기원전 327년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에 원정 왔을 때 그의 군사 7천 명이 이 나무 한 그루 아래서 쉬었다는 역사적인 기록도 있따. 축구장 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면 이해하기 가장 쉬울 것이다. -151~152p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을 보면 우주 달력이라는 표가 나온다. 우주의 탄생인 대폭발을 1월 1일 일어났다고 가정했을 때, 지구는 9월 14일 태어났고, 지구에 생명이 출현한 것은 9월 25일, 12월 1일에서야 지구에 상당량의 산소를 포함한 대지가 형성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공룡은 12월 24일에 출현했고, 인류는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10시 30분에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만큼 인류의 역사는 우주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 존재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자연환경을 파괴한다. 인간이 마치 신적인 존재인양 지구에서 전권을 휘두르려 하는 것이다. - 184~185p


Q. 인간들의 습성 중 가장 기이한 것은 무엇일까?

사촌 간에 왕권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 <하하바라타>에 나오는 수수께끼다. 

A)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 -194p


힌두교에서 말하는 사후세계는 어떤 것일까. 생각보다 간단한 논리다. 죄를 지은 자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고, 착하게 살다 죽은 자는 더 이상 속세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해방된다는 것이다. 마음에 아주 쏙 드는 설은 단순히 죄를 지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장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의 행동 전부를 대차대조표에 기록해서 그 결과로 심판받는다는 것. 왜냐하면 우리는 온전히 선하게만 살 수도, 악하게만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때 악한 짓을 하고 실수를 했더라도 얼마든지 만회할 기회가 있으니 희망이 있다. -205p


추운 지역이라 털신이나 스웨터 같은 것을 사려 했지만 금세 어둠이 내리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바람에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에 해야지 하면서 …. 그러나 언제나 다음은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증명되었다. 다음 날은 오전에만 그림 같은 날씨였고 오후 내내 비가 내려 쇼핑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중략) -219p


내 인생의 모토. Do nothing, don't get anything.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일이 힘들거나 비전이 없어 보일 때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그래,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뭔가를 하면 실패의 추억이라도 얻겠지. -231p


우리가 감탄해 마지 않는 이 위대한 건물을 짓기 위해 평범하고 힘없는 일반 백성들은 22년 동안 40도를 오르내리는 인도 최악의 더위와 싸우면서 하나의 꽃잎을 완성하고 바닥의 돌을 깔았을 것이다. 아그라에는 없는 흰 돌을 운반하기 위해 낙타와 코끼리 역시 인간들 못지 않게 힘든 나날을 보냈겠지. 인류의 모든 위대한 유산은 이처럼 이름 없는 인간의 인내와 작은 능력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22년의 노역 덕분에 후손들은 자자손손 그 영광을 누리게 된다.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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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포로 원정대

책 이야기 | 2015.04.29 18:03 | Posted by 깨비형




 마침내 마주하게 된 케냐 산. 일렁이는 운해를 뚫고 우뚝 솟은, 천상에서나 있을 법한 산이 칙칙한 두 막사 건물 사이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치아 모양을 한 검푸른 색의 깎아지른 암벽, 지평선 위로 두둥실 떠 있는 푸른빛 빙하를 몸에 두른 5,200미터 높이의 산을, 이때 처음 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이동하며 급기야 그 위용을 숨길 때까지, 나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었다. 이후 몇 시간이 지나서까지 여전히 그 장면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다. -58~60p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전쟁의 위험이 아니라 삶이라는 대홍수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우선은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격리시키고 있는 이 노아의 방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많은 이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중립국으로 탈출한다거나 점령지 소말리아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아갈 수단이 없다면, 최소한 이 지긋지긋한 가짜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한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 나는 이곳을 탈출할 것이고, 케냐 산을 오를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이 자리로 되돌아올 것이다. -66p


  결국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했다. 도중에 발각되거나 붙잡힐 수 있었던 지역을, 어쨌거나 우리는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또 다른 위험 요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인간에 의한 위험이 아니었다. 자연으로 인한 위험, 우리가 정의한 것처럼 '더 정직한 위험'이었다. 우리는 모험과 위험에 몹시도 목이 마른 상태였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행운을 굳게 믿고 있었다. 고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적도 아래 외롭게 솟은 봉우리를 향해,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밝은 미래의 세상을 향해, 즐겁게 행복하게 다가갈 것이었다. -188p


 드넓은 공간에 충만한 평화가 가득했다. 매끈한 하늘 아래 드러난 세상의 장관이, 우리의 발 높이에 걸린 채, 묘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여덟 달에 걸친 준비 기간과 지난 2주 동안의 고통이 가져다준 결정의 순간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바티안이 아니라 네나나 정상이라는 사실이었다. -321p


 키쿠유 부족의 전통에 따르면, 우주를 창조하고 관장하는 그들의 모가이 신이 이적을 행함과 동시에 자신의 휴식처로 삼기 위해 케레-냐가(케냐 산. 키쿠유 어로 '빛나는 산'이라는 의미)를 창조하였다. 모가이 신은 이 산꼭대기에 최초의 키쿠유 남자를 데려다 놓고 그를 위해 창조한 아름다운 대지를 보여주었다. 신은 훗날 키쿠유 부족의 시조가 된 이 남자를 내려 보내기에 앞서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제라도 신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산을 향해 두 손을 추켜들기만 하면 나 모가이 신이 직접 도와주러 오겠노라!"

 고통받는 우리 전쟁 포로들도, 무의식중에 이 고대의 토속 신앙을 떠올리며 산을 향해 손을 내밀곤 했다.

 케냐 산은 동쪽 기슭에 살고 있는 므윔비 부족의 종교적 믿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축을 죽이고 사람의 몸속에 들어와 간질을 일으키는 악령이 이 신앙 속에 존재하니 그 이름은 응고마. 산과 바위, 숲은 이 응고마가 거주하는 장소다. 그리고 응고마 위에는 케냐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살고 있는 응가이라는 절대 권력의 여신이 있다. 응가이는 누구든 감히 허락 없이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자에게는 냉혹한 벌을 내리는 강력한 존재다.

 마사이의 오랜 전사 부족은 케냐 산의 역사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그들은 킬리만자로 산과 케냐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거처하며 비를 뿌려주고 쾌청한 날씨를 베풀어 주는 흑인 여신 앵가이를 숭배한다. 60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산의 북쪽 기슭에 위치한 평원에서 살았갔다. 나뉴키 강의 어원은 물이 범람할 때의 색깔인 '적갈색'이라는 뜻을 지닌 마사이어다. 케냐 산 주봉들의 이름은 탐험가였던 매킨더가 마사이 식으로 이름 붙인 것이었다. 정작 마사이 족은 케냐 산을 흰 산이라는 의미의 '올-돈요 아이보', 혹은 알록달록한 산이라는 뜻의 '올-돈요 에게레'라고 불렀지만, 매킨더는 최근의 마사이 역사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마사이 족들 사이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최고의 권위를 지닌 존재는 전통치료사 라이본이었다. 그리고 전통치료사 중 가장 유명한 이는(알프레드 클로드 홀리스 경이 쓴 책 <마사이>에 등장하는) 음바티안(바티안)이었다. 음바티안과 그의 두 아들 센데요와 레나나에 얽힌 이야기는 성경 속 야곱과 에서의 일화와 비교된다. 두 형제는 형인 센데요가 패배할 때까지 수 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레나나는 마사이 보호구역을 정하는 정부와의 조약에 서명한 후 1911년에 사망하였지만, 센데요는 1926년까지도 살아 있었다. 넬리앙(넬리언)은 음바티안의 또 다른 아들이었거나 형제였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마사이 부족은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다음 세기에 그들이 멸족이라도 하게 된다면, 부족의 역사는 신성한 이들 봉우리의 이름 속에서나 남게 될 것이다. -401~403p





미친 포로원정대

저자
펠리체 베누치 지음
출판사
박하 | 2015-04-0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당신의 인생에서 꿈이 사라진다면, 당신의 신분이 포로이고 거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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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무원 노동권 논의배경과 입법 추진 경위



 (1)  공무원 노동권 허용의 배경

  •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수행에 있어 공공성 및 중립성이 요구되는 점을 감안, 일반 근로자에게 보편적으로 허용되는 노동기본권을 허용하지 않았음.
  • 국내적 배경

1) 천직 직업공무원제의 변화와 고용불안

▷ 공무원에 대한 인식 변화

성공, 효율성, 특권층 ⇒ 무사안일, 비능률, 행정개혁의 주요 대상

▷ IMF 경제위기와 실질적인 인력감축으로 인한 신분 불안, 고용 불안

2) 노사정위원회 ‘2.6 사회협약’

▷ 노사정위원회

IMF 경제위기하에서 출범

'98년 2월 6일 대타협 시도 : 공무원에게도 노동기본권 보장 합의

▷ 정부 : 직장협의회 관련법령 제정, ‘99년 1월 1일부터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 허용

공무원직장협의회설립•운영에관한법률(‘98.2.24) 및 동법 시행령(’98.12.31) 제정

▷ 공무원 : 직장협의회법 개정 촉구

3) 공무원들의 노동권 보장 요구

▷ 전국단위 직장협의회 연합단체 결성

- 직장협의회법 개정 촉구, 공무원노동조합 조기 허용 요구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전공연,  ‘00.2.19 결성)

-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회(전공련, ’01.3.24 결성)

▷ 정부 : ‘01.7.5 「분과위원회」 설치(노사정위원회 노사관계 소위원회 산하)

▷ ‘01년에 분과위원회 개최 ⇒ 합의 실패

▷ ‘02. 3월 공무원노조준비 위원회, 전공련노조로 출범

3.16 공노준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 3.23 전공련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로 각각 출범

- 이후 민간 노조와 연대하여 공무원노조의 합법화, 노동3권 보장, 단체교섭 실시 등 요구

  • 국제노동기구의 권고

▷ ILO, OECD 등 국제기구 :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은 국제적인 기준이라며 우리 정부에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관련 권고 : 노동외교적 부담

 

 (2)  입법추진 경위

  • 국민의 정부(1998~2002)

○ 1998년 2월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 1999년 1월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운영 

○ 2001.7~2002.7 노사정위원회에서「공무원노동기본권분과위원회」 구성

▷ 보장방안 논의 ⇒ 합의 실패

○ 2002년 10월 행정자치부 주관 “공무원조합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 마련, 국회 제출

▷ 공무원단체의 반대로 무산(완전한 노동3권 보장, 조기 시행 주장)

  • 참여정부(2002~2004)

○ 2003년 노동부 주관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 을 다시 마련 부처간 협의 진행

2004년 8월 25일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안)” 입법예고

2004년 10월 19일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 국무회의 통과

○ 2004년 10월 28일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 국회 제출

2004년 11월 15일~17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반발(집단행동 돌입)

○ 2004년 12월 31일 일부 조문의 수정만으로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 국회 본회의통과 



2. 공무원 노동권 허용의 의미와 효과


 (1) 노동권 허용의 의미

  • 이중신분 부여
 노동기본권 허용
▷ 공무원 신분 유지 : 공무원법 준수,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역할 수행
▷ 노동자 신분 획득 : 공무원노조법 준수, 노동조합 결성, 정부 상대로 근로조건 협상
○ 공무원은 노동자라는 점을 공식화 함
  •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공무원들의 집단적 의사표명의 기회 제공

○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의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66조와 지방공무원법 58조(노동운동 및 집단행동 금지)의 규정 적용 배제

○ 근로 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한 정부에 대한 집단적 의사표명과 협상의 기회를 제공

  • 근로조건 결정시스템의 변화

     ○ 근로조건 법정주의 ⇒ 단체협약에 의한 근로조건 결정

  •  공무원의 신분적 특수성 완화

○ 공무원 특수성 강조

○ 민간부문 근로자와의 유사성 강조


 (2) 공무원 노동권 허용의 효과

  • 긍정효과

○ 근로조건 개선 개회 제공

▷ 하위직 공무원의 삶의 질 향상과 사기진작

▷ 행정서비스의 질 향상에 기여

○ 수직적, 위계적 의사전달체계를 수평적 협의 시스템으로 보완

▷ 행정 내부의 절차적 민주화에 기여

○ 국제노동기구의 권고 중단  : 노동외교적 부담 완화

  • 부정효과

○ 공무원노조의 집단이기주의 몰입 : 행정의 비효율화 초래

○ 관리층의 권한 약화 : 지휘체계상의 혼란 우려

○ 협약체결과정 중 노사담합 가능성 높음 : 국민과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모럴해저드 발생 우려

○ 공무원법과 공무원노조법의 동시 적용 : 적용 과정상 갈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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