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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대한민국 - 삼인

책 이야기 | 2015.06.17 13:59 | Posted by 깨비형


갑자기 이 책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요?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저자
김희수, 서보학 지음
출판사
삼인 | 2011-02-2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대한민국의 검은 조직, 검찰을 말한다2010년, 우리 사회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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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26 직후부터 1993년 2월까지 실질적으로 집권했던 신군부의 핵심이 사법 처리를 당했고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땡전 뉴스'를 틀어대며 정권에 아부했던 방송과 신문은 한마디 반성도 없이 군사 반란의 실체를 드러내겠다고 설쳤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자발적인 변화는 없었다.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된 직후 한 검사는 기자에게 자조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문다." -1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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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은 국제사회에서 2011년 GNP[국민총생산]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31위일 때 124위였다. 국민 1인당 생산량으로만 볼 때는 최빈국이었다. 그러나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NEF[신경제재단]에서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143개국 가운데 부탄은 1위, 우리나라는 68위를 했다. 부탄 국민은 97퍼센트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니 부럽기만 하다. -20p


부탄은 배낭족 입국을 불허하고 여행객은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해야 하며 관광객의 숫자도 매년 몇 천 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부탄의 문화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관광객 유치에 목숨을 건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23p


부탄은 헌법에 '삼림 면적은 영구히 국토의 60퍼센트를 밑돌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산림을 강제한 규정인데, 부탄은 숲의 부가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숲에서 발원하는 물이 사시사철 풍부하여 겨울에도 강물이 고갈되지 않거니와 수력발전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로 수출하는 전기가 전체 수출의 45퍼센트나 된다고 하니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숲을 파괴하기 때문에 거대한 댐 건설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산악 지형에 맞게 작은 수력발전소를 많이 건설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전통적으로 자연의 생명 가치를 사람 목숨 못지않게 소중히 여겨온 관습 덕분에 숲이 유지되어 다양한 동식물의 낙원이 됐다고도 한다. -28~29p


부탄은 교육비와 병원비가 무료이다. 의사는 공무원으로서 월급만으로 생활이 되니 쓸데없는 돈벌이에 관심이 없다. 교육비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도 국가가 책임진다. 일상적으로 복지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국회의원들끼리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하여 정쟁을 하는 일이 없다. 모든 국민에게 주어지는 복지가 자연스러운 것이다. -37p


젊은 무희가 순례를 와 보리수 그늘 아래서 춤을 추고 있다. 그녀는 가진 것이 별로 없으므로 자신이 푸나카종 사원에 바칠 선물은 오직 춤뿐이란다. 그녀의 춤에 보리수 이파리들이 응답하듯 지그시 내려다본다. 묵묵한 보리수의 자태가 좌선삼매에 든 부처님 같다. 춤추는 그녀는 어느새 사라지고 오로지 춤만 보이는 것 같다. 그녀에게 춤은 '하늘궁전'에 바치는 마음이자 기도인 셈이다. 61~65p


(중략) 어젯밤 몇 사람이 순례에 대한 감상을 말했는데, 다시 오고 싶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부탄을 오염시키고 가는 것 같다며 자책하더란다. 자본과 경쟁, 속도에 중독된 이들이 부탄의 '고요' 속에 며칠 동안 잠겨 있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탄 사람들의 행복은 별천지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살았던 행복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79p


"네팔 사람들은 모두 힌두교인입니다. 그러나 힌두교의 삶을 살면서도 석가모니 부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이 제 판단에 의하면 60퍼센트 정도 됩니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을 부디스트Buddhist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와 같은 종교 인구 분석은 네팔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85p


어쨌든 스투파에는 우주의 구성 요소인 지수화풍이 형상화되어 있고, 티베트 신자들은 스투파를 거대한 탑이라 하여 초르텐 쳄포Chorten Chempo라고 부르고 있다. 오체투지를 하거나 '옴[우주]마니[지혜]밧메[자비][마음]'을 외며 마니차를 돌리는 그들을 보니 '신심이 성지'라는 성철스님의 말씀이 가슴을 친다. -90~92p


내가 쿠마리 신전에 다시 온 까닭은 쿠마리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예전에 왔을 때 어린아이로 장사하고 있다는 잔인한 느낌이 들어 메모도 남기지 않았던 곳이다. 그러나 오늘 다시 온 것은 쿠마리가 불교와 힌두교의 갈등을 방지하는 네팔 사람들의 지혜롭고 독특한 문화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중략) 쿠마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처녀라는 말이다. -105p


발란카니의 옛 지명은 부르그네Purugunai다.  현지에서는 '에'를 우리와 달리 'ai'로 표기하기도 하기 때문에 '부르구네'라고 해보니 엄청난 암호 하나가 풀린다. 일연의 <삼국유사>를 보면 혁거세가 둥근 박을 깨고 나왔다고 해서 '박'이라는 성을 갖게 되었으며, 이름은 '혁거세赫居世' 또는 '불구내弗矩內'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굴구내'는 붉은 해라는 뜻이다. 이것을 한자식으로 옮겨 적은 것이 또 '혁거세'다. 그런데 남인도의 부르구네와 불구내가 같지 아니한가. 누가 불구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 두말할 것 없이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한 신라 6촌장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라 6총장들은 어떻게 남인도 타밀나두주의 부르구네를 알았을까, 혹시 6촌장들은 타밀인이 아니었을까, 부르구네는 그들의 고향이 아니었을까? -176~177p


그런데 신라 제3대 유리왕은 기원후 32년에 6촌을 6부로 정비하고 각 부에 성을 내림으로써 6촌의 촌장들은 각 성의 시조가 된다. 소벌도리는 최 씨, 알평은 경주 이 씨, 구례마는 손 씨, 지백호는 정 씨, 지타는 배 씨, 호진은 설 씨의 조상이 된 것이다. -178p


(중략) 또한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에서 "내가 바라는 세계는 집단적 적대감에서 해방된 세계, 투쟁이 아닌 협력에서 만인의 행복이 나올 수 있는 깨달음의 세계이며 그런 뜻에서 유일신 신앙의 기독교는 대립을 초래함으로써 인간의 정의와 평화를 해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들의 경고가 새삼 절절하게 다가온다. -221p


오대산 문수 신앙은 <화엄경>을 근거로 전개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화엄경> '보살주처품'에 "동북방의 보살 주처에 청량산이 있는 바 그곳에 문수사리보살이 있어 1만 권속을 거느리고 항상 설법을 하고 있다"고 나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수 신앙은 우리나라 오대산도 마찬가지다. -303p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발을 옮긴들 어찌 참다운 인생길을 알겠는가 - 350p





불국기행

저자
정찬주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15-05-1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발을 옮긴들 어찌 참다운 인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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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

책 이야기 | 2015.06.09 15:11 | Posted by 깨비형




라운징은 'Lounge'에 진행형 접미사 'ing'를 더한 신조어다. 사람을 만나고 쉬는 라운지와 같은 공적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있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7~8p


사람들이 가지는 불만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 '또 다른 나'를 경험해볼 기회가 없는 것, 프라이버시가 부족한 것,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것. 이런 불만들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놀이'다. 놀이는 평소 하지 않는 것을 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모든 놀이가 다 그렇다. -42p


헨리 반 다이크Henny Van Dyke의 시에 잘 표현된 것처럼 시간은 기다리는 이들에겐 너무 느리고, 걱정하는 이들에겐 너무 빠르며, 슬퍼하는 이들에겐 너무 길고, 기뻐하는 이들에겐 너무 짧다. 그리고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시간은 영원하다고도 말한다. 또한 누군가에게 시간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 가혹할 수도 있고 관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시간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다. -53~54p


건축은 영역과 통로라는 재료를 이용해 사람을 머무르게 하고 또 이동하게 하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76p


하나의 공간이 영역으로 성립되기 위해선 우선 경계가 필요하다. 경계는 다양하다. 벽처럼 단단한 물리적인 것에서 바닥에 그려진 패턴과 같은 상징적인 표시에 이르기까지. 경계는 아예 접근을 차단하거나 또는 접근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76p


서고의 좋은 점은 단지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곳에선 타인의 시선에서 한참 벗어나 있을 수 있다. 내 몸과 내 눈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타인의 시선을 떼어버리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또 공간적 여유가 없는 열람실에서 받는 갑갑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히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서고다. -116~117p


서고라는 공간이 또 매력적인 것은 거길 찾는 사람에게 공부를 한다는 훌륭한 명분을 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청춘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위안을 자신 또는 다른 가족들에게 주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그리고 말했듯이 서고에선 부담스러운 타인의 시선을 벗을 수 있다. 공간의 주인이 되는 만족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서고는 이 시대의 피곤한 젊은이를 위한 몇 안 되는 힐링 공간이다. -126p


동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개인의 섭생 의미가 크다. 전통적으로 특별한 연회가 아니고선 밥을 먹을 때 웃고 떠들거나 남과 대화하는 걸 지양해왔다. 이런 전통은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사회적 교류의 의미가 크다. 말없이 음식만 먹는 것이 더 이상하게 비쳐진다. 어찌 보면 밥상의 구조가 그것을 불가능하게 가로막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인들은 음식을 큰 그릇에 담아놓고 그걸 덜어서 먹는다. 그렇게 음식을 나누면서 자연그럽게 말을 섞게 되는 것이다. -164p


우리는 제1공간이라 불리는 집에서나 제2공간이라 불리는 직장에서 날마다 거의 같은 생활을 반복한다. 사람들은 제3의 공간을 찾아야 그런 지긋한 일상에서 탈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카페를 가거나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그리하자면 돈과 시간이 든다. 또 그 밖의 상황들이 새 공간으로의 외출을 가로막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제4의 공간을 찾는 것도 괜찮다. 제4의 공간이란 바로 사이버공간을 의미한다. -184p


현대인을 위한 여가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여가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좋은 일임에 분명하나 우리가 잘 활용하지 못하면 그것은 있으나 마나 한 그저 무용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일하는 것은 분명 아닌데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니요 노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235p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

저자
이상현 지음
출판사
프런티어 | 2015-05-2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쉼’을 잃어버린 나에게 필요한 공간의 역발상 어디서 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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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그림

책 이야기 | 2015.06.01 18:16 | Posted by 깨비형




(중략) 그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며, 분석이 아니라 감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의 근본적인 역할은 삶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음을 감화하는 것에 있다. -6p


그 무엇도 내일의 아침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아침이 다시, 아침이 되는 일은 늘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자고 다짐하는 수밖에 없다. -25p


사람의 마음에는 수많은 슬픔이 있다. 구름 알갱이가 모여 비를 내리듯 이 슬픔이 가슴에 차 더 이상 찰 곳이 없을 때 흐르는 것이 눈물이다. 배출되지 않은 눈물은 안에 남아 고이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따금 우리는 울 필요가 있다. 울어서 문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울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38p


우리는 너무 행복해지고 싶어 행복하지 못한다. 더 큰 행복을 찾다가 행복이 온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행복을 모르는 채 할 때도 있다. 이런 행복이 내게 찾아올 리 없어, 라며 스스로 행복을 파괴시켜 모든 것을 망쳐버리기가 일쑤다. -40p


마음이 에스프레소 맛이다.

그런 날이 있다. 농축된 쓴맛이 입안에 계속 맴도는 날,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안에는 항상 속수무책이다. 알 수 없는 마음이 괴롭힐 때마다 찾는 것은 언제나 커피다. 커피는 우리가 더 이상 고립되거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책이다.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사실 거의 모든 커다란 위기 때 우리의 심장이 근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따뜻한 한 잔의 커피다"라고 말했듯이, 커피가 사람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존재임은 분명한 것 같다. -47p


커피는 작지만 단단하고 쓰지만 향기롭다. 달콤 쌉쌀한 것이 인생이듯 커피는 인간의 삶과 매우 닮았다. 커피에 시럽을 넣어 단맛과 쓴맛을 조절하듯 우리의 삶도 적절하게 조절이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52p


사람은 누구나 잊을 수 없는 맛이 있다. 어떤 장소를 방문하거나 특정한 계절이 되면 떠올리는 음식. 우리는 그것을 소울 푸드라고 부른다. -54p


소울 푸드란 원래 고된 노역에 지친 노예들이 고칼로리 음식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보듬었던 데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소울 푸드란 먹으면 왠지 위안이 되는 음식,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음식, 추억이 있는 음식 등으로 지칭된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요리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면 힘이 절로 나고 마음이 든든해지며 자신감과 용기마저 생긴다. 마치 충일한 기운이 온몸으로 가득 퍼지는 느낌이다. -59p


(중략)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는 니체의 말처럼, 걷는 일은 사유와 명상, 자유와 기쁨, 위로와 용기의 원천이 된다. 걷기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이자 마음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며 가장 빠르고 단순하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68p


생각해보면 수많은 책이 나와 함께했다. (중략)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한 권의 책을 써내려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야만 책 한 권이 완성되듯이, 언젠가 찍힐 삶의 마침표를 향해 우리는 오늘도 묵묵히 나아간다.

지금 나는 인생의 어느 대목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일까. 다음 문장의 첫 단어가 그리 슬프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79p


나약한 끈으로 연결된 것이 인간일지라도 그 희미한 연대감마저 외면하지 않는 것, 따뜻한 사람이 되지 못할지언정 쉽게 무심해지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고독을 나눌 수 있을 때 고독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88p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믿고 싶은 사실을 믿는다. 그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135p


(중략)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불리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한 구절을 살짝 빌리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우리는 누구나 처음에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149p


여행을 떠난 이유를 여행에서 돌아와서 알았다. 나만 힘든 것 같아 억울했고, 무엇도 명확하지 않아 초조했으며, 아무것도 없어서 계속 잡으려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청춘을 낭비하고 있던 어느 날, 무엇에 이끌린듯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청춘의 방황은 그 여름 내내 나를 방랑하게 만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청춘이었다.

(중략)

설레는 젊음 하나로 마음껏 방황할 수 있는 용기, 참 기특한 청춘이었다. -157p


독일의 시인 바흐만이 시 <유희는 끝났다>에서 "추락하는 모든 것에는 날개가 달렸다"고 말한 것처럼, 지금은 비록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해도 언젠가 새로운 희망을 갖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191p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제는 무언가를 놓아주어야 하는 신호라는 것. 선택이란 무언가를 취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언가를 비울 것인가의 문제다. -204p


수많은 성공신화가 쏟아지는 시대다. 각종 자기계발서가 쌓이고, 멘토 열풍이 불고, 그럴듯한 구호들이 내걸린다. 그러나 "성공의 겉모습만큼 성공하는 것은 없다"던 크리스토퍼 래시의 말처럼, 만들어진 성공신화는 대중의 이상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236p


성공신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람직한 성공이 아닌 빠른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있다. 성공의 비결, 성공의 표본, 성공의 지름길만 찾는 사람의 성공은 요원하다. 중요한 것은 성공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그럴듯한 성공담을 빠른 시간 내에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에 대해 상당한 손해를 보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길을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236~237p


이따금 우리는 위로마저 자기 자신을 위해 할 정도로 잔인하다. 가령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죽을 용기로 살라거나 자식 잃은 부모에게 이제 기운내어 살아가라는 식의 예의 없는 위로와 섣부른 충고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착각 속에 타인에게 더 깊은 상처를 입히고 마는 것이다. -253p


바람 앞에 가차 없이 흔들리며 쓰러질 듯 위태로운 사이프러스 나무는 갖은 풍파에 시달리는 인간의 삶과 매우 닮았다. 그러나 흔들리기만 할 뿐 결코 부러지지 않는 모습에서 힘든 고난을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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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책 이야기 | 2015.05.26 18:00 | Posted by 깨비형



퇴직금이 입금되었다. 대학 졸업 후 7년 반을 다닌 회사. 이 회사는 나에게 항공권을 끊을 수 있는 마일리지를 주었고(마일리지 적립 신용카드를 긁을 수 있는 월급을 주셨으니), 평생지기 친구들을 주더니, 마지막으로 퇴직금까지 챙겨주었다! '회사 님'께 감사해지면서 대충 한국 방향으로 꾸벅 절도 해본다. 세상은 아름다우니까, 그곳에서 있었던 제법 언짢았던 기억은 모두 없던 일로 치기로 한다. -30p


여행을 하기 전에는 남미 여행에서 '밤 버스'라든가, '육로로 넘는 국경' 같은 것들이 제일 커다란 마음의 짐이었는데 막상 겪고 나니 그런 건 그냥 평범한 일이다. 와보기 전엔 몰랐던 일이다. -75p


이 숙소는 해먹에 반한 남편을 위해 '와하카 해먹 숙소'라고 검색해서 찾았는데 방이 크고 침대도 깨끗하며 분위기도 좋은 화장실 딸린 더블룸이 한국 돈 3만 원 정도, 수영장이 있는 3만 원짜리 호텔급 숙소에, 500g에 6,000원 하는 소고기 먹고 물놀이를 하자니, 세상은 아름답고 나는 돈 벌길 잘했구나 싶다. -78p


휴가 없이 바쁘게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닌 것처럼, 배낭을 메고 낯선 땅을 걷는 사람들이 모두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삶의 비밀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192p


아주 가끔씩 몇 년 혹은 몇십 년째 배낭여행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찾을 수 있는 어떤 공통점이라면 사진을 그대지 즐기지 않거나 SNS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 말하자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애써 타인에게 전하려 하지 않고, 굳이 기억으로 남기려 하지않고, 그 여력으로 자신에게 보다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자기 확신이 몹시 부러울 때가 있다. -247~249p


3개월이 지났고 3개월이 남았다.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어떤 3개월보다도 길었고, 깊었고, 재미있었다.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떠나와서 다행이다. 되돌아가 힘들지언정. -249p


(중략)

요리사는 요리를 하지 않아도 요리사이고, 소설가는 소설을 쓰지 않는 순간에도 소설가이지만, 회사원은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백수라는 사실을 지구 반대편에서 이런 깃으로 깨닫게 되다니. -285p


(중략) 한없이 고마운 마음. 아마도 민경이에게 직접 이 고마움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겠지. 대신 나도 언젠가 배고픈 여행자에게 따뜻한 밥을 한 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누고 또 나누고, 이어

나누다 보면, 이 따뜻함이 민경이에게도 닿겠지. 308p


탱고의 도시, 서점의 도시, 카페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였는데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을 보고 오니 이 도시가 달리 보였다. 차곡차곡 쌓여있을 눈물과 한숨과 희망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채색하고 있었다.

4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어머니들은 무려 2,000번 가까이 매주 목요일 5월 광장에 모이고 있다. 그중 하루, 나도 그곳에 있었다. -315p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저자
정다운 지음
출판사
중앙북스 | 2015-05-11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우리, 딱 6개월만 다녀오자.”오늘 나는 행복했을까, 떠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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