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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읽는 키워드'에 해당되는 글 1

  1. 2015.03.26 싸우는 심리학 - 자본주의를 읽는 키워드, 에리히 프롬
 




한국인은 분단 트라우마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극우 세력에 대한 공포, 즉 극우 세력에 의해 빨갱이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짓눌려 있다. 한국인의 가장 절박한 동기 중 하나가 바로 이 공포를 방어하려는 동기이다. 극우 보수적인 사상을 수용하고 있는 한국인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설득에 의해서는 거의 바뀌지 않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106~107p


한국 부모들은 대개 자녀가 잘못된 현실에 항의하거나 불의에 저항하는 것을 만류하거나 금지한다. 혼자 힘으로 아무리 애써봐야 '달걀로 바위치기'가 될 공산이 크고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면서, 자식이 안전한 길-실제로는 비겁한 삶-로만 가도록 유도한다. 인생에서 패배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비겁과 굴종을 체질화한 상당수의 부모들은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 사회적 불이익, 심지어는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만 주목한다. 세상을 변혁하기 위해 분투하는 삶, 불의에 저항하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눈을 돌리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자식들에게도 허무하고 불행할 수밖에 없는 패배와 굴종의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겁함이나 굴종 심리 같은 한국인들의 개인적 무의식은 곧 사회적 무의식이므로, 사회적 무의식을 규명해야 개인적 무의식의 본질도 이해할 수 있다. -152~153p


(중략)

프롬은 이런 건강한 심리를 가진 사람 혹은 완전한 사회적 존재의 심리를 '혁명적 성격revolutionary chatacter'으로 명명했다. 어떤 이들은 혁명적 성격을 과격한 말과 행동을 일삼는 사람, 온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해대는 분노 덩어리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혁명적 성격은 '결코 반항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프롬은 반항자를 '남으로부터 인정받지도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받아들여지지도 못하기 때문에 권위에 대하여 심한 분노를 느끼는 사람', '분노로 인해 권위를 타도하려는 사람', '타도한 권위 대신에 자기 자신이 그 권위에 오르려는 사람'으로 규정했는데, 한마디로 반항자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 혹은 사리사욕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혁명을 원한다면 그는 반항자이지만, 민중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서 혁명을 원한다면 그는 혁명가다. 명예욕 같은 건강하지 않은 무의식적 동기 혹은 개인적 욕심을 위해 혁명을 외친다면 그는 반항자이지만, 건강한 동기 혹은 민중의 행복을 위해 혁명의 깃발을 든다면 그는 혁명가다. 프롬은 진보운동에 끼어드는 반항자를, 혁명을 말아먹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265~266p


20세기의 정치 생활은 자칭 혁명가로서 출발하면서도 단지 기회주의적인 반항자에 지나지 않게 된 사람들의 도덕적인 무덤으로 가득 찬 하나의 공동묘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66p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층은 병든 사회에 깔려 아우성치는 민중을 향해 '모든 것이 정상'이니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른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뒤바뀌고 정상이 비정상으로 매도되는 이 같은 전도 현상을 프롬은 '병리적인 정상성;으로 정의했는데, 이것에 적응할 것을 강요당하는 현대인의 정신이 온전할 리 없다. 만일 인류가 고립감과 무력감에서 탈출하지 못해 병든 사회의 광폭한 질주를 계속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인류는 모두 미쳐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 본성을 무참하게 유린하고 있는 병적인 한국 사회를 하루라도 빨리 개혁해야 할 절박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롬은 현대인들에게 '전 인격을 변화시켜' 혁명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현대인의 신경증을 옹호'하고 있는 '전체 사회를 대상으로 대항'하라고 호소했다. 그의 호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73p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지쳐서 세상일에 관심을 끊겠다고 선언하고는 시골로 낙향한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생기나 활력, 자긍심이나 행복감도 읽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어찌 '남들한테 피해 주지 않고 산다', '최소한 나쁜 짓은 안 하고 산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겠는가. 물론 이들도 어느 정도는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산속에서 도만 닦으며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도인은, 사회를 기준으로 보면, 정신병원에서 나오지 못하는 정신병자와 별 차이가 없다. 그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랑의 무능력자이고, 사회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무가치한 존재이다. -332p


아브라함이 소돔의 운명에 관하여 하느님에게 간청하면서 하느님의 공의에 도전하였을 때, 그는 만약 열 명의 의인이 있으면 소돔을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그 이하로는 말하지 못했다. 열 명의 의인도 없다면, 즉 정의의 이념이 구현된 가장 작은 집단이라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브라함조차 그 도시가 구원받기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389p



싸우는 심리학

저자
김태형 지음
출판사
서해문집 | 2014-10-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오늘, 한국사회를 알고 싶다면 에리히 프롬을 다시 읽어라!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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