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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포로 원정대

책 이야기 | 2015.04.29 18:03 | Posted by 깨비형




 마침내 마주하게 된 케냐 산. 일렁이는 운해를 뚫고 우뚝 솟은, 천상에서나 있을 법한 산이 칙칙한 두 막사 건물 사이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치아 모양을 한 검푸른 색의 깎아지른 암벽, 지평선 위로 두둥실 떠 있는 푸른빛 빙하를 몸에 두른 5,200미터 높이의 산을, 이때 처음 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이동하며 급기야 그 위용을 숨길 때까지, 나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었다. 이후 몇 시간이 지나서까지 여전히 그 장면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다. -58~60p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전쟁의 위험이 아니라 삶이라는 대홍수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우선은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격리시키고 있는 이 노아의 방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많은 이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중립국으로 탈출한다거나 점령지 소말리아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아갈 수단이 없다면, 최소한 이 지긋지긋한 가짜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한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 나는 이곳을 탈출할 것이고, 케냐 산을 오를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이 자리로 되돌아올 것이다. -66p


  결국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했다. 도중에 발각되거나 붙잡힐 수 있었던 지역을, 어쨌거나 우리는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또 다른 위험 요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인간에 의한 위험이 아니었다. 자연으로 인한 위험, 우리가 정의한 것처럼 '더 정직한 위험'이었다. 우리는 모험과 위험에 몹시도 목이 마른 상태였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행운을 굳게 믿고 있었다. 고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적도 아래 외롭게 솟은 봉우리를 향해,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밝은 미래의 세상을 향해, 즐겁게 행복하게 다가갈 것이었다. -188p


 드넓은 공간에 충만한 평화가 가득했다. 매끈한 하늘 아래 드러난 세상의 장관이, 우리의 발 높이에 걸린 채, 묘한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여덟 달에 걸친 준비 기간과 지난 2주 동안의 고통이 가져다준 결정의 순간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바티안이 아니라 네나나 정상이라는 사실이었다. -321p


 키쿠유 부족의 전통에 따르면, 우주를 창조하고 관장하는 그들의 모가이 신이 이적을 행함과 동시에 자신의 휴식처로 삼기 위해 케레-냐가(케냐 산. 키쿠유 어로 '빛나는 산'이라는 의미)를 창조하였다. 모가이 신은 이 산꼭대기에 최초의 키쿠유 남자를 데려다 놓고 그를 위해 창조한 아름다운 대지를 보여주었다. 신은 훗날 키쿠유 부족의 시조가 된 이 남자를 내려 보내기에 앞서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제라도 신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산을 향해 두 손을 추켜들기만 하면 나 모가이 신이 직접 도와주러 오겠노라!"

 고통받는 우리 전쟁 포로들도, 무의식중에 이 고대의 토속 신앙을 떠올리며 산을 향해 손을 내밀곤 했다.

 케냐 산은 동쪽 기슭에 살고 있는 므윔비 부족의 종교적 믿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축을 죽이고 사람의 몸속에 들어와 간질을 일으키는 악령이 이 신앙 속에 존재하니 그 이름은 응고마. 산과 바위, 숲은 이 응고마가 거주하는 장소다. 그리고 응고마 위에는 케냐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살고 있는 응가이라는 절대 권력의 여신이 있다. 응가이는 누구든 감히 허락 없이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자에게는 냉혹한 벌을 내리는 강력한 존재다.

 마사이의 오랜 전사 부족은 케냐 산의 역사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그들은 킬리만자로 산과 케냐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거처하며 비를 뿌려주고 쾌청한 날씨를 베풀어 주는 흑인 여신 앵가이를 숭배한다. 60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산의 북쪽 기슭에 위치한 평원에서 살았갔다. 나뉴키 강의 어원은 물이 범람할 때의 색깔인 '적갈색'이라는 뜻을 지닌 마사이어다. 케냐 산 주봉들의 이름은 탐험가였던 매킨더가 마사이 식으로 이름 붙인 것이었다. 정작 마사이 족은 케냐 산을 흰 산이라는 의미의 '올-돈요 아이보', 혹은 알록달록한 산이라는 뜻의 '올-돈요 에게레'라고 불렀지만, 매킨더는 최근의 마사이 역사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마사이 족들 사이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최고의 권위를 지닌 존재는 전통치료사 라이본이었다. 그리고 전통치료사 중 가장 유명한 이는(알프레드 클로드 홀리스 경이 쓴 책 <마사이>에 등장하는) 음바티안(바티안)이었다. 음바티안과 그의 두 아들 센데요와 레나나에 얽힌 이야기는 성경 속 야곱과 에서의 일화와 비교된다. 두 형제는 형인 센데요가 패배할 때까지 수 년 동안 전쟁을 벌였다. 레나나는 마사이 보호구역을 정하는 정부와의 조약에 서명한 후 1911년에 사망하였지만, 센데요는 1926년까지도 살아 있었다. 넬리앙(넬리언)은 음바티안의 또 다른 아들이었거나 형제였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마사이 부족은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다음 세기에 그들이 멸족이라도 하게 된다면, 부족의 역사는 신성한 이들 봉우리의 이름 속에서나 남게 될 것이다. -401~403p





미친 포로원정대

저자
펠리체 베누치 지음
출판사
박하 | 2015-04-0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당신의 인생에서 꿈이 사라진다면, 당신의 신분이 포로이고 거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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