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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포트킨 자서전

책 이야기 | 2015.03.30 06:48 | Posted by 깨비형


사람들은 폭동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말했으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사건이 유럽에 전해지면서 사형집행과 두 장교의 잔인한 폭행은 오스트리아가 시베리아에 유배된 갈리시아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1863년 혁명전쟁에 뛰어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반란 이후 시베리아에 유배되 폴란드인들의 생활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것은 모두 이들 반란자들, 이르쿠츠크에서 사형당한 다섯 명의 용감한 사람들과 그들을 따라 무기를 잡은 사람들 덕택이었다. -236~237p


혁명가들은 활동하는 동안 무수한 스파이와 경찰의 끄나풀들을 만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이런 비열한 인간을 먹여살리는 데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그들은 주로 젊은 친구들에게 위험한 존재들이다.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활동가들은 직감적으로 이들을 감지해 경계한다. 그들은 가장 천박한 도덕적 기준을 가진 사회의 쓰레기들이다. '사회의 기둥'인 그들의 천박한 도덕성은 청년활동가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청년활동가는 이렇게 자문할 것이다. "이런 사람이 왜 내 앞에 나타났지?" "도대체 이 사람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나?" 대부분의 경우에 스파이들을 만나면 이런 자문을 하게 된다. -463p


(중략)

이 작업을 통해서 나는 오늘날 문명국들의 경제생활에 관해 보다 철저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대부분의 사회주의자들은 현재의 문명사회가 모든 사람에게 물질적 풍요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생산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단지 문제가 되는 점은 분배라고 주장했다. 사회혁명이 발생하면 모든 사람들은 공장과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자본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잉여가치'와 이윤 자체를 사회화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생활필수품조차도 부족한 것은 사적 소유제도 하에서 생산 자체가 왜곡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 풍요를 보장하기 위해서 잉여생산된 필수품은 없다. 흔히 과잉생산이라는 것은 대중이 생존에 필요한 물품조차 너무 가난해서 살 수 없음을 의미한다. 모든 문명국의 농업과 공업생산성은 모든 사람에게 풍요를 보장한다는 명분 하에서 거대하게 증대되었다. 이런 문제들은 나에게 근대농업과 교육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교육이 모든 사람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노동이라는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19세기>에 연재된 논문에서 이런 생각을 발전시켰다. 이 논문들은 지금 『전원·공장·작업장』이라는 제목을 춮판되었다. -485p


크로포트킨의 혁명이론에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회상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다. 그가 『프랑스대혁명』을 쓴 것도 따지고 보면 대혁명에서의 민중운동에 대한 애석함을 후세에 교훈으로 전하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는 1881년 <반역자>에 발포한 「혁명의 연구」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혁명이 진화의 주요한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진화도 변혁 없이 행해지는 일은 없다. 지극히 완만한 변화의 시기 다음에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가 온다. 완만한 변화와 급격한 변화는 동일하게 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혁명은 인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폭풍이나 지진 같은 자여현상과 동일하게 인간의 역사에 불가피하게 돌출하는 것으로 혁명기에 개인의 의지와 행동은 풍랑 속의 일엽편주에 불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명에 직접 불을 지피는 것은 민중이라는 것을 크로포트킨은 부인하지 않는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울부짖음, 생활에 대한 아우성, 빵에 대한 절규가 폭발할 때 프랑스 민중들은 혁명의 봉화를 높이 들었다. 그들은 부정해야 할 것, 타도해야 할 것, 파괴ㅐ야 할 것을 잘 알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그들은 매우 대담하고 용감했다. 그러나 크로포트킨은 「반역의 정신」에서 이렇게 말했다.

"혁명 이튿날 아침, 대중이 그렇게 바랐는데도 손에 들어온 것이 공허한 말뿐이라면, 명백하고 분명하게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혁되었다는 것을 인시갈 수 없다면, 변혁이 인물과 신조의 변화만으로 끝난다면, 결국은 아무것도 달성되지 않은 것이다."

크로포트킨은 혁명에서 다음 두 가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 혁명정부를 세우려는 어떠한 기도도 분쇄할 것. 즉 모든 악의 근원인 국가를 혁명의 이름으로 다시 세우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실질적인 사회적 평등을 향해 나갈 것. 이에 대해 크로포트킨은 파리코뮌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1871년 3월의 선거만큼 자유로운 선거는 없었다. 그것은 코뮌의 적들도 인전하는 바다. 압도적 다수의 선거인들이 최상의 인재, 미래의 인물, 진정한 혁명가를 권력의 자리에 앉히고자 했다. 모든 저명한 혁명가들이 압도적 다수로 선출되었다. 자코뱅파, 블랑키파, 인터내셔널파, 이 세 파가 코뮌의회를 대표했다. 어떤 선거도 이 이상 좋은 정부를 구성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한 일은 결국 낡은 전철을 답습하여 구권력이 하던 일을 흉내내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크로포트킨은 더욱 나쁜 것으로 "혁명적 독재론"을 지적했다. "정부를 타도한 당이 정부를 대체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은 권력을 장악하고 모든 것을 혁명적 방법으로 처리할 것이다. 낡은 제도를 폐지하고 국가방위를 위한 비상시국에 돌입한다. 혁명의 전진을 위해 요구되는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처벌된다."

이쯤 되면 민중은 앞문으로 호랑이를 내쫓고, 뒷문으로는 늑대를 끌어들인 꼴이 된다. 혁명을 일으킨 목적이 고작 이것이었단 말인가! 크로포트킨은 실패의 원인이 인간에 있다기보다 제도에 있음을 질타했다. 혁명을 한다는 사람들이 민중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낡은 권력장치에 왜 계속 안주하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515~516p




크로포트킨 자서전

저자
표트르 크로포트킨 지음
출판사
우물이있는집 | 2014-07-2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12발의 탄환은 어린 소년의 온몸을 관통했다.- 근대 유럽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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